경찰투입 요청 "했다" "안했다"|경희대·청량리경찰서 주장 팽팽히 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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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경찰병력이 학원에서 철수한후 처음으로 과격한 학생시위가 있었던 지난17일 「경희대사태」때 경찰은 대학당국이 경찰병력을 교내에 투입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학당국은 그런사실이 없다고 맞서 논란이 일고있다.
경희대측은 『다른 대학에서도 과격한 학생시위가 있었지만 경찰병력투입은 요청하지 않았는에 왜 우리가 앞장서서 그런요청을 했겠느냐』며 극구 부인하는데 반해 관할 청량리경찰서 훈영선서장은 『학교측으로부터 병력투입요청을 받고 직접 총장실로 전화를 걸어 확인까지했다』고 말하고 필요한 경우 『진실을 밝히기위해 증언대에 나설 용의도 있다』며 강경한 자세. 사실이야 어찌됐던 학자적 양심을 중히 여기는 대학총장과 법질서유지의 일선책임자인 경찰서장사이에 어느한쪽이 자칫 거짓말장이가될 공산이 커 앞으로의 공방전이 주목거리다.

<발달>
사건의 발단은 반정부 교내시위에나선 경희대 일부 학생들이 지난17일 하오2시35분쯤 심태직총장의 해명을 듣자며 대학본관앞으로 몰려가 현관앞에서 말리는 교직원들에게 돌을 던지는등 사태가 과열됐때 교직원이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총장의 지시라며 다급한 목소리로 교문앞에 대치중인 청량리경찰서통제본부에 전화를걸어 경찰병력의 투입을 요청한데서 비롯됐다.
당시는 현관 대형유리창이 깨지고 교직원 3명, 학생2명이 돌과 깨진 유리창에 부상한 급박한 상황.
교직원들에게 밀려난 학생들은 10분뒤인 하오2시45분쯤 본관앞 분수대로 몰려 흥분을 가라앉히고 사과의 뜻으로 교수들에게 절을 했으며 대학측은 하오3시쯤 병력투입요청을 철회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주장>
훈청량리경찰서장이 경희대당국의 경찰병력투입 요청사실을 확인한 것은 시위가 한참이던 이날 하오2시40분쯤.
훈서장은 경희대앞에 설치한 시위저지 통제본부책임자(경사)로부터 대학실무자가 총장의 지시라며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병력을 교내에 투입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했다.
훈서장은 『설마 그럴리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어 직접 총장실에 전화를 걸었으며 총장대신 전화를 받은 보직교수가 병력투입요청은 총장의 결정사항이 틀림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서장이 총장실에 확인전화를 걸었을때 총장실에 교무위원들이 모여있는것 같았으며 서장실에도 간부들이 둘러앉아 이사실을 함께 전해들었다.
훈서장은 시경상황실에 이사실을 보고했고 박배근시경국장은 뜻밖이라는듯 『좀더 학생들의 움직임을 보고난뒤 결정하자』며 병력투입을 보류했다.
병력투입을 요청한 상황상에 대해 훈서장은 『본관출입구를향해 투석하던 학생 가운데는 각목이나 쇠파이프등을 들고 있는 학생도 있어 대학당국은 무척 급박했던 것같다』고 밝혔다.
훈서장은 이 사실을 이날저녁 서울시경에서 열린 시내경찰서장회의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박서울시경국장은 다음 날인 18일에 보도진들에게 『경희대측 요청을 보고받고 일단 투입은 보류하도록 했다』고 말했고 안희상부국장도 대학으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이 있었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검찰관계자들도 경찰로부터 같은 상황을 들었다고했다.
문교부도 같은시간에 대학측이 사태수습을 위해 경찰투입을 요청한 것으로 보고 받았다. 현장에 나가있던 소속직원으로부터 이같은 보고를 받고 놀란 문교부는 현장에 있는 직원에게 사실여부 확인을 지시하는등 소동을 벌이다 결국 20여분만에 경찰투입요청을 철회했다는 정정보고를 받았다.

<경희대측 주장>
병력투입요청 사실을 취재한 보도진들은 이날 하오4시쯤부터 심총장에게 직접 확인하기위해 20여차례 전화를 하고 총장실에 찾아가기도 했으나 총장을 직접 만날 수는 없었고 비서실에서는 이를 국구 부인했다.
다음날인 18일 이 사실이 보도되자 경희대측은 보직교수들을 각언론기관에 보내 『잘못된 보도』라고 항의,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해명기사게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19일상오 보도진들은 다시 심총장을 면담하러 갔으나 만나주지 않았고 홍보위원장인 기획관리실장과 학생처장·교무처장등 교무위원을 대신 내보내 『결코 경찰투입을 요청한 일이 없으며 와전된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자리에서 최대현 기획관리실장등은 『지금의 상황에서 대학측이 경찰에 병력투입 요청을 한다는것은 상식적으로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심총장의 입장을 대변한 교무위원들은 또 『당시 상황이 그리 급박하지는 않았다』면서 『그처럼 중요한 결정은 교무위원회를 거쳐야하나 그당시 교무위원회가 열린 일이없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총장에게 물었으나 대학이 경찰에 요청한 일도 없고 서장의 확인전화를 받은 일도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경찰서장에게 찾아가 이에대해 항의했었으며 『그런 일이 없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까지 밝혔다.
훈서장은 대학당국자들이 경찰에찾아와 항의한 일이 있다는 주장에 피식웃으며 『찾아와서 대학당국의 입장을 이해해달라고 했을뿐』이라고 말했다. <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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