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가 이웃나라 공습을 중단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사우디아라비아가 21일 예멘의 시아파 반군인 후티에 대한 공습을 끝냈다. 수니파 아랍권 9개 동맹국과 함께 지난달 26일부터 4주간 실시해온 ‘아시파트 알하즘’(단호한 폭풍) 작전이 종료된 것이다.

아흐메드 아시리 동맹군 대변인은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과 예멘 정부의 요청으로 동맹군의 공습을 종료한다”며 “동맹군은 앞으로도 (후티 반군이)예멘 안에서 어떤 형태로든 준동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후티 반군이 예멘의 남부도시 아덴으로 피신한 하디 대통령 측을 무력 압박하자 전격 공습 작전에 나섰었다.

사우디는 대신 정치·외교적 노력과 선별적 군사적 수단을 병행하는 작전(‘희망의 복원’)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군사적으론 해상 봉쇄와 공중 감시 위주다. 그러나 후티 반군이 민간인을 공격할 경우 공습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디 대통령은 이후 TV에 출연 “예멘 국민을 대표해 사우디와 무슬림 형제들의 지원에 감사한다”며 “곧 아덴과 사나로 돌아가 국민 얼굴에 웃음과 희망이 돌아올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그간 작전을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2000여 차례 공습으로 후티의 스커드 미사일 등 전력의 80%를 무력화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전 국토를 휩쓸 기세였던 후티 반군이 주춤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덴이나 수도인 사나에서 퇴각하진 않았다.

사우디로선 국제 여론을 감안했을 수 있다. 공습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 사망자가 940여 명으로 치솟았다. 유엔이 공습 중단을 요구했다. 후티 반군의 배후이자 사우디의 라이벌인 이란이 사우디를 팔레스타인을 공습한 이스라엘에 빗대기도 했다.

앞으론 휴전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 이란은 환영 논평을 냈다. 그러나 대(對) 이란 경계감은 여전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공습 종료 이후 “이란의 무기가 (후티 반군에게) 전달된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핵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스벨트함과 유도미사일 순양함 노르망디함을 예멘 앞바다인 아덴만으로 급파한 상태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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