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now] 미국마저 밀어낸 중동권 '한류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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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개원한 요르단대학 내 한국학센터에서 신연성 주요르단 대사가 압둘라힘 알후나티 요르단대학 총장에게 태극기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어를 공부해 외교관이 된 다음 한국 주재 요르단 대사가 될래요."

12일 암만의 요르단대학 한국학센터 개원식. 이 대학에 다니는 1학년 여학생 나히르 카다르(19)는 언어센터 강당 연단에서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장래 포부를 말했다. 300여 명의 청중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카다르는 경영정보학을 전공하면서 한국어를 두 학기째 공부하고 있다.

한국학센터는 이 대학 언어센터 2층에 자리 잡았다. 3500여 권의 한국 관련 서적에다 컴퓨터.시청각 시설과 자료 등을 갖춰 중동권 최대 규모의 한국학 연구시설을 자랑한다. 압둘라힘 알후나티 요르단대학 총장은 이날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한국 관련 강좌를 더욱 확대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르단대학의 전체 학생이 한국학센터를 이용하고 한국어 강좌를 듣게 하겠다"며 농담까지 곁들였다.

이어 라자이 칸지 문과대학장이 나섰다. 그는 "내년 신학기부터 한국어과를 정식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사석에서 "오늘 개원한 한국학센터가 미국을 밀어냈다"고 설명했다. 얘기인즉 원래 미국학센터가 있던 장소에 한국학센터가 들어섰다는 것이다. 미국학센터는 한국학센터 건너편의 회의실 한쪽으로 밀려났다.

요르단에선 올해 한류(韓流)열풍이 거셌다. 민간단체 '영화 동호인 모임'에서 500여 명의 회원이 한국 영화 '말아톤' '내 마음의 풍금' 등 10여 편을 들여와 관람했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대중가요도 보급되는 추세다. 1999년부터 6년간 한국어를 가르쳐 온 공일주 교수의 노력으로 현재 수강생은 113명에 이른다. 주요르단 한국대사관의 신연성 대사도 직접 한국문화 강좌를 뛰고 있다.

한국학센터 개원은 한류 확산의 또 다른 계기가 됐다. 11일에는 한국과 아랍지역 10개 국가의 각계 인사 30여 명이 참석한 제3차 '한.중동 협력 포럼'이 열렸다. 전 왕세자이자 현 국왕의 삼촌인 알하산 빈 탈랄 왕자도 참석했다. 그는 아랍 언론에서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거명되는 거물급 인사다.

중동권의 한류 확산에는 민관 차원의 팀워크가 큰 몫을 하고 있다. LG는 한국학센터와 언어센터를 위해 각종 전자제품.기기를 제공하고, 4명의 재학생에게 졸업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줬다. 한국교류재단은 중동 순회강연을, 외교통상부는 한.중동 포럼을 후원했다.

암만=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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