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 "정치권 불법 정치자금 전반 검토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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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메모(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수사가 여야 정치권의 불법 정치자금 전반 수사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완구 총리가 이날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수사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성 전 회장이 남긴) 8명에 대한 메모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출발점이지만, 특정인이 특정인을 집어서 기재한 것에 국한돼 수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장관은 이어 “정치권에서 오가고 있는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치자금 전반에 관해 확보할 수 있는 자료를 토대로 여러가지 검토를 할 것”이라고 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문종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 실세 인사들이 대부분인 메모를 넘어 추가로 비리 정보를 확보한뒤 야당 정치인들로까지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남기업 관련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성 전 회장의 측근인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를 21일 소환해 수사의 밑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박 전 상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되는 첫 주요 참고인이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성 전 회장이 금품을 건넨 정·관·재계 인사 명단 등이 적힌 비밀장부가 있는지부터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총리가 2013년 4월 4일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이 총리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성 전 회장이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1억원을 줬다고 밝힌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될 전망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10만달러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는 경남기업 전 재무담당 이사 전모(50)씨가 의혹의 실마리를 풀 ‘키맨’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 15일 실시한 압수수색 대상에 전씨를 포함시켰다. 2009년 초 퇴직한 터라 성 전 회장이 2010년 이후 금품을 건넨 것으로 지목한 이 총리와 홍준표 지사 등에 관해서는 모를 수 있지만 김 전 실장 관련 의혹에 대해선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성 전 회장은 메모와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김 전 실장에게 2006년 9월 10만 달러를 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씨는 2002년부터 성 전 회장이 회장으로 있던 대아건설의 경리담당 임원으로 일했으며 퇴직 전까지 자금관련 업무를 도맡아 했다.

 검찰 안팎에선 수사팀이 전씨를 통해 성 전 회장의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 특별사면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성 전 회장은 2002년 5월 하도급업체에게 보내준 건설 경비를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1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도록 전씨에게 지시했고 이 돈을 자유민주연합에 지방선거 자금으로 전달했다. 이 건으로 2004년 7월 성 전 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전씨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박민제·김경희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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