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은 학교, 이틀은 일터 … '고교+전문대' 과정으로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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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시화공업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오승(17·컴퓨터응용기계과) 군은 일주일에 사흘만 학교에 간다. 나머지 이틀은 인근 시화공단으로 출근한다. 기계절삭가공업체인 대영엠텍에서 도제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회사에서는 신입사원처럼 선반·밀링 가공 등 실제 업무를 배운다. 학교에 가는 날도 일주일에 하루는 실습이다. 이군은 2017년 2월까지 이러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과정을 무사히 마치면 이 회사에 정식으로 취업하게 된다. 이 학교 도제교육부 류인식 교사는 “2학년 학생 70명 가운데 50명이 도제교육을 받고 있는데 월급도 나오고 취업도 예정돼 있어 학생과 기업 모두 만족도가 높다”며 “상시근로자 기준 등에 비춰 건실한 업체로 골라 학생들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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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이러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모델을 2017년까지 41개 국가산업단지와 연계해 확대한다.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는 ‘고교·전문대 통합교육 육성사업(Uni-Tech)’도 올 하반기에 시작된다.

 정부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일·학습병행제 확산방안’을 심의·확정했다. 일·학습병행제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청년실업난을 해소하고 능력 중심 채용을 확산시키기 위한 현장 중심의 맞춤형 교육훈련 정책이다.

 황 부총리는 “일·학습병행제가 성공리에 정착되면 청년들은 전공과 무관한 스펙을 쌓지 않고 정말 배우고 싶은 것에 몰입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될 것”이라며 “부처별로 전문성 있는 산업 분야를 적극 발굴하고 관계 기업과 공공기관의 참여를 독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스위스 베른상공업직업학교를 방문하고 돌아와 “국내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3월부터 창원기계공고·인천기계공고·광주공고·시화공고 등 전국 9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156개 기업과 527명의 특성화고 재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교육부 김태훈 사무관은 “기업들은 도제교육을 정상 이수하면 학생들을 정식 채용하겠다는 약정을 맺는다”며 “훈련기업 외에 채용만 약정하는 기업도 있어 사실상 참여하는 학생 대부분이 취업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에는 전문대를 중심으로 특성화고와 기업을 연계해 중·고급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고교·전문대 통합교육’ 과정도 시작된다. ‘특성화고(3년)+전문대(2년)’ 과정을 합치고 기업의 현장식 도제교육을 연계한 모델이다. 올 7월에 16개 시범사업단을 선정한다.

 고용부 손재형 사무관은 “특성화고 3년 때 현장교육을 나가고, 위탁교육으로 전문대 교육을 받는데 이러한 과정을 학점으로 인정해 주고 대학 졸업을 6개월~1년까지 앞당길 수 있다”며 “학습근로자 형태로 교육과 근로를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미국 컴퓨터업체인 IBM과 뉴욕시립대가 설립한 정보기술(IT) 전문 고교·전문대 통합학교인 ‘뉴욕 P-Tech’ 사례와 독일의 단축형 대학 일·학습병행제(DHBW)를 모델로 했다. 독일 모델은 기존 4년제 대학과정을 3년으로 단축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기를 앞당겼다. 이 과정을 수료한 학생 95%가 실습을 받은 직장에 취업했다.

 국내 4년제 대학 3~4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현장실습(IPP)형 일·학습병행제도 도입된다. 올 하반기부터 인하대·숙명여대 등 전국 14개 대학에서 시범 운영한 뒤 확대한다. 올해 843개 기업, 공대생 2153명이 참여한다.

세종=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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