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탈바꿈한 ″실용주의 대장정〃|레이건 미 대통령 중공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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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레이건」미국 대통령의 중공방문은 그의 중공 관에 철저한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 준다. 과거18년 동안 「레이건」의 보좌관이었던 「마이클·디버」백악관비서실차장은 중공방문이 「레이건」으로서는 첫 공산 국 방문이 된다고 상기시켰다.
「레이건」이 그의 정치생애중 대부분의 기간을 중공의 10억 인구를 비판하고 또 경멸해왔다.
그는 72년 「닉슨」전 대통령이 오랜 상호고립 관계를 끝내고 미-중공관계를 정상화시킨 후에도 중공 정부을 「가짜」로 간주하고 인구1천7백만의 대만을 중국의 합법정부로 대우했다.
「레이건」의 대통령 취임 후 첫 2년 동안은 주로 대 대만 무기수출문제를 둘러싸고 워싱턴과 북경사이에 비난만 오갔다. 대통령과 「헤이그」전 국무장관 사이에 있었던 이견은 주로 「레이건」이 대만에 대해 품고있던 향수에서 비롯되었고 「헤이그」가 결국「레이건」행정부를 떠난 데는 이 이견이 하나의 요소로 작용했다.
이런 전후 관계 때문에 요즘 미·중공관계가 오히려「카터」대통령 때보다 더 긴밀해지고 있는 것은 의외라고 중공문제전문가「로버트·매닝」은 최근호 『외교정책』지에 쓰고 있다. 여러 명의 현·전직 관리들과 인터뷰한 「매닝」씨는 『「레이건」의 중공정책은 이념에 대한 실용주의의 개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레이건」행정부가 처음 『지정학적 한계의 벽에 머리를 부딪치다가 오히려 후에는 초기 대 중공 관계에서 따랐던 몇 가지 환상을 떨쳐 버리고 새로운 현실감각을 갖게되었다』고 진단했다.
이와 같은 현실감각 아래서 미국은 이제 두 나라가 다같이 소련에 대해 품고있는 적대감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중공과의 전략적 유대를 바라지 않게 되었다. 그 대신 미-중공관계는 통상과 기술교류 등 실용적 배려에 의해 지배되고 아시아에 있어서 중공이 갖게된 점증하는 중요성에 바탕을 두게 되었다.
지난 몇 달 동안 대 중공 수출면장과 방문신청은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중공 내에는 1백 개 이상의 미국회사가 진출해있고 또 많은 회사들이 중공에 관심을 보이면서 상무성에 신청서를 내고있다.
중공에 대한 「레이건」행정부의 정책이 전환점을 받은 것은 82년8월17일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수출을 점진적으로 줄이겠다는 공동성명에 서명함으로써 였다.
「레이건」대통령이 등소평을 만날 때 가장 신경을 쓰게될 문제는 아직도 대만 문제이겠지만 어느 쪽도 이 문제가 통상관계확대와 방위용 무기 판매 등을 가로막으리라고는 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미국 내 로비이스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체결된 양국간 섬유협정으로 중공은 매년 대미섬유수출량을 3·5% 증가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한국·대만·홍콩 등에 허용하고있는 1%증가율에 비하면 후한 것이다.
「레이건」의 측근들은 그의 대 중공정책이 이처럼 변한 이유를 두 가지로 들고 있다. 하나는 그가 캘리포니아주 출신 정치인으로서 늘 아시아 쪽을 눈 여겨 봐왔으며 그래서 이 지역에 대한 중공의 중요성이 커가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레이건」이 주지사 시절부터 자기의 목표달성에 필요할 경우 자기의 선입관을 실용적인 방향으로 쉽게 바꾸는 성향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레이건」은 지적 체험보다는 개인적 체험에 의해 더 쉽게 움직이는 인물이라는 사실은 그의 보좌관들 뿐 아니라 중공지도자들도 감지한 것 같다.
브루킹즈 연구소의 「해리·하딩」은 중공지도자들이 「레이건」은『문제를 지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분석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중공인 들은「레이건」의 이번 방문중 중공체험을 그의 정서 속에 심어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백악관의 관점에서 보면 「레이건」의 중공방문은 선거와 직결되어 있다. 그래서 백악관 보좌관들은 「레이건」을 중공이란 배경 앞에 세워 최대한으로 TV에 노출시키려 기획하고 있다.
공화당전국위원회는 전용 TV팀을 수행시켜 중공에서 찍은 필름을 선거용으로 쓰려하고 있다.
「레이건」자신도 이번 여행에 큰 열의를 보이고 있다. 이런 방문의 경우 보통 두 차례 브리핑을 듣는 것이 상례인데 그는 이번에 6차례나 브리핑을 요구했고 뿐만 아니라 중공을 방문한바 있는「닉슨」「카터」「포드」등 전대통령을 전화로 불러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레이건」의 보좌관들은 그의 중공방문이 미래로 향한 여로라고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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