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채식=건강식 No!' '채소+육류 OK!'?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5면

경상대 축산학과 주선태 교수

최근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채식 열풍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느낌이다. TV를 포함한 각종 언론에서 현대병의 원인을 서구식 식생활로 몰면서 고기·우유·계란 같은 축산식품에 문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이 배경인 듯하다. 특히 콜레스테롤이 없는 식물성 식품의 섭취를 권장하기도 한다. 실제 국내에 완전채식(비건)을 하는 인구가 60만 명을 넘어섰다. 또 국민의 5분의 1이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과연 대다수 국민이 믿고 있는 ‘채식=건강식’이라는 등식은 맞는 것일까. 예컨대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에게 축산식품 대신 채식이 치료식으로 추천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일반인을 위한 건강식이 될 수 없다.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채식은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에겐 영양 불균형을 초래해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이 정말 살코기나 우유와 같은 축산식품을 과잉섭취할까. 비만이나 성인병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서양인의 식습관 문제점을 답습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이제 겨우 40㎏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여전히 1인당 육류 소비량이 120㎏인 미국인처럼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한다. 우유를 하루에 반 잔도 안 마시는 사람이 하루에 우유 세 잔 이상을 마시면 심장병에 걸린다고 말하는 스웨덴 연구결과에 흥분하고 있는 것이다.

 채식만으로는 양질의 단백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 모든 식물성 식재료를 살펴보면 필수아미노산이 하나쯤은 부족하다. 따라서 완전채식을 하면 영양의 균형을 맞추기 힘들어 건강을 잃을 수 있다. 이는 모든 영양학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채식주의자는 식물성 식재료도 잘 조합하면 부족한 필수아미노산을 상쇄해 섭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론적으론 맞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이 일상생활에서 그렇게 복잡한 식단을 짜임새 있게 챙겨먹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채식이 곧 건강식이나 웰빙식’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동물성 지방, 특히 ‘포화지방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서구식 영양학으로부터 해방돼야 한다. 진짜 문제가 되는 지방은 자연식품인 고기·우유·계란에 들어 있는 지방이 아니라 트랜스지방처럼 가공된 나쁜 지방임을 알아야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아직도 축산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매우 부족한 편이다.

 목숨까지 걸면서 채식을 고집하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없다. 진정한 건강식은 균형식이고, 균형식이란 채식과 육식이 조화를 이룬 식단을 말한다.

경상대 축산학과 주선태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