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 30대 여성이 가장 불안 "아이와 극장 가면 출구부터 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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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에 대한 불안을 표출한 응답자의 비율은 남성(38.7%)보다 여성(49.2%)이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30대(48.3%)에서 걱정이 가장 많았다. 주부 박성희(36)씨는 “아이들과 함께 극장에 가면 뛰어나갈 출구부터 유심히 봐둔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생긴 버릇이라고 했다. 이나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30대는 사회에서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세대인 데다 집에 있는 어린 자녀들도 신경 써야 한다. 다른 세대에 비해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인천·경기에서 불안 심리가 가장 많이 표출됐다. 절반에 가까운 47.8%의 응답자가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서울에 비해 8.1%포인트, 대구·경북에 비해 10.4%포인트가 높은 수치다. 인천·경기 거주 30대 여성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전 걱정을 많이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해의 고양터미널 화재와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 올해의 인천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과 영종대교 106중 추돌 사고 등 큼직한 사건들이 이 지역에 집중됐다. 인천시 연수구의 주부 임모(30)씨는 “‘별일 없으시냐’는 인사가 예전처럼 그냥 의례적인 말로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각종 사고에 따른 우울한 분위기가 지역 사회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남동구의 김혜경(37)씨는 “일하는 여성이 많은 지역이니만큼 어린이집 안전 문제가 엄마들의 걱정을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 출항지인 인천시와 단원고 소재지인 안산시가 이 지역에 포함돼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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