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히피? 이젠 로큰롤 할배 … 한대수 다시 무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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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나라’의 가수 한대수. 그의 1집 앨범이 나온 지 어느덧 40년이 됐다. [사진 LG아트센터]

올해로 예순일곱인 한대수는 자신을 ‘로큰롤 할배’라고 소개한다. 1968년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해 74년 1집 ‘멀고 먼-길’을 내며 반세기 가까이 음악활동을 했다. 현재 할배의 주요 일과는 아홉 살 딸 양호와 스물두 살 어린 아내 옥사나의 세 끼 챙기기다. 그의 아버지는 핵물리학자였고, 할아버지는 언더우드 박사와 함께 연세대를 설립하고 초대 학장을 지냈다. 한대수는 ‘한국의 영원한 히피’라고 불린다. 히피는 지금 서울 신촌의 좁은 원룸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산다. 생계를 위해 라디오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한대수의 삶은 어딘가 모순적이다. 상반된 것들이 일으키는 마찰력 가득한 인생사를 알게 되면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일까. 지난해부터 그의 1집 앨범 발매 40주년을 맞이해 후배 뮤지션들이 헌정 앨범 제작에 나섰다. 2008년 홍대 인디 뮤지션을 주축으로 만든 첫 헌정 앨범 ‘물 좀 주소’ 이후 두 번째 프로젝트다.

 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대수는 어린 딸의 손을 꼭 잡고 나타났다. 그는 “이번 앨범은 최고 대가들이 모여 이뤄낸 기적”이라며 감격해 했다.

 이번 앨범명은 ‘리버스(Rebirth)’다. 기존의 한대수를 뒤집고 다시 태어난 이 앨범에는 총 13곡이 실려 있다. ‘행복의 나라로’ ‘물 좀 주소’ 등 대표곡을 재해석해 후배들과 불렀고, 신곡으로 ‘나는 졌어’ ‘내 사랑’을 담았다. 한대수는 “‘내 사랑’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만든 곡으로 옛 노트에서 발견했고, ‘나는 졌어’는 뉴스 속 사건사고를 보고 만든 노래”라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을 위해 전인권·윤도현·강산에·호란·장기하 등이 뭉쳤다. 후배들과 함께 콘서트도 한다. 오는 25~26일 LG아트센터에서다. 한대수는 최근 자신의 노래에 얽힌 사연과 직접 찍은 사진을 엮은 책 『사랑은 사랑, 인생은 인생』도 출간했다. 책 속에서 그는 “작곡은 내 마음의 상처의 치유”라며 “사는 것이 너무 힘들고, 고통이 나의 고시원을 감싸고 있을 때 곡은 나의 영혼을 침범해 나를 해방해준다. 그래서 나는 작곡한다”고 밝혔다.

 한대수는 60년대 미국 뉴욕의 히피 소굴이라 꼽히던 이스트 빌리지에서 살았다. 그때 지미 헨드릭스, 인크레더블 스트링 밴드 등 전설적 뮤지션들의 전성기를 봤고, 그것은 그의 음악의 자양분이 됐다. 이후 68년 귀국해 TBC 인기 프로그램 ‘명랑 백화점’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행복의 나라’를 불렀는데 그날로 공식 히피가 됐다. 다음날 실린 신문 논평이 이렇다. “히피 상륙하다. 당신들의 딸을 집에 가둬 놓으세요.”

 이번 앨범은 CBS 라디오 프로그램 ‘라디오 3.0’의 한 코너로 기획됐다. 헌정 앨범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매주 생중계하며 청취자의 의견을 모았다. 연출자인 여미영 PD는 “청취자들이 앨범 제작비를 모금했고, 뮤지션들은 재능기부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한대수는 “섹스스캔들도 아닌데 오늘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껄껄 웃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영상 유튜브 Fluxus Music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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