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스타 먹거리 찾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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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전통시장 우수 상품 페어’에서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왼쪽 첫번째부터), 김해성 신세계그룹 사장,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장이 경주 찰보리빵을 먹어보고 있다. [사진 신세계그룹]

“52억원을 모두 날렸을 때는 절망적이었죠. 하지만 단돈 400만원과 노력으로 인생을 바꿨어요. 이제는 해외진출도 하고 가맹점들과 같이 잘 사는 것이 꿈입니다.”

 충남 천안에서 ‘못난이 꽈배기’를 만드는 김대영(55) 사장의 이야기다. 패션회사를 다니던 그는 지인 등의 투자를 받아 2008년 52억원으로 패션회사를 차렸지만 이듬해 결국 폐업했다. 하지만 주유소 아르바이트로 모은 400만원으로 차린 꽈배기 가게가 대박이 나면서 재기했다. 현재는 전국 전통시장 내 80개 가맹점이 연 8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못난이 꽈배기 같은 전국 전통시장의 숨은 맛집들이 해외로 나간다. 신세계그룹의 ‘전통시장 스타 상품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신세계그룹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함께 7~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전통시장 우수상품페어’에는 경남 창원의 오동동 아구포, 전북 부안의 참뽕간장새우, 경기 동두천의 두린 참두부 등 지역 특산 식품 100개가 전시됐다.

 신세계그룹은 자체 브랜드(PB) ‘피코크’를 내세워 이들 전통시장 먹거리를 동남아 지역 개척의 무기로 쓰겠다는 방침이다. 전통시장 ‘스타 식품’ 발굴에 나선 신세계는 지난해 서울 광장시장의 ‘순희네 빈대떡’을 상품화해 15억원의 매출을 냈다. 신세계는 올해 말까지 이같은 스타 식품 20개를 상품화해 하반기 중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서 판매하고, 내년 중 해외에도 진출한다. 이마트 등이 해외에 점포를 낼 때 자연스럽게 매장을 내는 방식을 통해서다. 국내 신세계 매장은 물론 해외 점포 매장에 대해서는 로열티 지급 방식으로 수익을 나눈다.

 7일 오프닝 행사에는 김해성 신세계그룹 사장, 김군선 부사장, 이갑수 이마트 대표 외에 이정현 국회의원과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이일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해성 사장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전통시장과 신세계그룹이 상생하는 것은 물론 순희네 빈대떡처럼 전국적인 인기를 얻는 먹거리를 발굴할 것”이라며 “전통시장의 ‘스타 식품’을 세계적인 상품으로 육성하겠다”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에서도 ‘킬러 먹거리’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정용진 부회장의 판단”이라며 “이케아 가면 미트볼 먹고, 코스트코에서는 피자를 먹는 것처럼, 베트남이나 중국 이마트에서는 족발이나 꽈배기를 먹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연계한 것도 해외시장 공동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장혜진 신세계 부장은 “전통시장의 인기 먹거리들은 집객 효과가 컸지만 공정의 표준화나 위생 검사 등에서 정부의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의 협업으로 ‘쿠튀르형(소규모 명품 브랜드) 먹거리’ 발굴이 가능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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