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신기록 쓰는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리디아 고 [사진 중앙포토]

 
3번 홀, 약 6m 정도의 버디 퍼트를 할 때 리디아 고(18·뉴질랜드)는 오른손을 왼손보다 아래쪽으로 내려 잡았다. 경사가 꽤 심한 곳인데 리디아 고는 퍼트한 공을 홀 옆에 딱 붙였다. 파 퍼트를 할 때는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이 아래로 내려가는 역그립(크로스 핸드 그립)을 했다.

리디아 고는 경기 중 퍼트 그립이 두 가지다. 상황에 따라 왼손을 아래로 내리는 역그립, 오른손을 아래로 내리는 순그립을 번갈아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역그립은 손목이 꺾이지 않아 방향성이 좋고, 순그립은 오른손의 감각을 이용하기 때문에 거리를 맞추기에 유리하다.

역그립이 유행인 최근엔 왼손을 내려 잡는 선수도 상당히 많다. 퍼트는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선수들은 어느 날은 순그립을 쓰고 다음 날은 반대로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한 라운드 도중 두 가지 그립을 번갈아 활용하는 선수는 매우 드물다. 임경빈 JTBC 골프 해설위원은 “순그립과 역그립을 혼용하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다 연속 언더파 라운드 타이기록을 세웠다.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 다이나쇼어 코스에서 벌어진 ANA 인스퍼레이션 1라운드에서다. 리디아 고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1라운드에서 1언더파(보기 4,버디 5개)를 쳐 2004년 안니카 소렌스탐(45·스웨덴)이 세운 29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날 리디아 고의 샷은 좋지않은 편이었다. 드라이버, 아이언 샷이 모두 왼쪽으로 당겨지면서 보기를 4개나 했다. 어프로치샷도 좋지 못했다. 그래도 리디아 고는 언더파를 기록했다. 퍼트가 살아 있었던 덕분이다. 후반 9홀에서도 샷이 여전히 나빴지만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아냈다.
리디아 고가 29라운드 연속 언더파를 친 비결은 퍼트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리디아 고는 이날 퍼트 29개를 했다. 숫자로 보면 아주 잘 한 편은 아니지만 이날 아이언샷이 들쭉날쭉했던 걸 감안하면 먼 거리에서 퍼트를 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가 퍼트를 잘 하는 첫번째 비결은 훈련이다. 리디아 고는 이날 경기가 끝나고 5시간이 지난 뒤에도 연습그린에서 퍼트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의 무서운 집중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29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을 가지고 있는 소렌스탐도 퍼트가 부족하다고 느끼자 겨울 내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퍼트 훈련만 했다고 한다.

리디아 고의 또 한가지 비결은 '두 가지 그립'이다. 이병옥 JTBC 해설위원은 “리디아 고는 공을 홀에 집어넣으려 할 때는 역그립, 먼 거리에서 홀 옆에 붙이기 위해 퍼트를 할 때는 순그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왼손을 내려 잡는 역그립을 했다면 공격적으로 홀인을 노리는 것이고, 오른손을 내려잡는 정상적인 그립을 했다면 수비적인 퍼트를 한다는 뜻이다. 같은 5m라도 땅이 평평하거나 오르막 지형에선 과감하게 홀인을 노려 역그립을 잡고, 내리막 등 경사가 심하면 홀에 붙이기 위해 정상적인 그립을 사용한다.

1라운드 선두는 5언더파를 기록한 모건 프레셀(미국)이다.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이 3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다. 최나연(28·SK텔레콤)은 2타를 줄여 공동 7위, 김효주(20·롯데)는 리디아 고와 같은 1언더파 공동 10위다. JTBC골프가 2라운드를 4일 오전 1~4시와 오전 7~10시에 생중계한다. 3, 4라운드는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