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온실가스 배출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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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정서 체제를 이용해 돈을 벌게 된 기업이 있다. 울산화학의 자회사인 퍼스텍이다. 거래소에 상장된 이 회사는 울산화학이 만든 에어컨용 냉매를 판매하는 업체다.

지난해 매출 1380억원인 퍼스텍은 교토의정서가 규정한 '온실가스 배출권'을 통해 올해 약 30억원, 2008년부터는 연간 2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사정은 이렇다. 2003년 9월 일본의 화학 회사인 이네오스케미칼에서 퍼스텍에 제의가 들어왔다. 두 회사가 함께 울산화학에 온실가스를 태우는 시설을 만들어 주고, 대신 얻게 되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팔아 이익을 나누자는 것이었다.

교토의정서가 규정한 '청정개발체제(CDM)'사업이다.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진 선진국이 의무가 없는 개도국 업체의 설비를 개선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주고 감축한 양만큼 '배출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이네오스케미칼과 퍼스텍은 6 대 4 비율로 총 35억원을 투자해 2004년 5월 온실가스인 HFC23 소각 설비를 완성했다. HFC23은 냉매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것으로, 온실가스 효과가 이산화탄소(CO2)보다 수천 배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이를 CDM사업으로 공인해 달라고 유엔기후변화협약기구(UNFCCC)에 신청해 지난 2월 승인을 받았다. 국내 기업과 관련한 CDM 사업으로는 처음 승인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올 하반기부터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 팔 수 있게 됐다.

소각 설비를 설치하는 데 따른 울산화학의 한해 온실가스 감축량은 CO2로 따져 약 140만t에 이른다고 두 회사는 UNFCCC에 보고했다. 퍼스텍 유창재 상무는 "감축 의무가 실제 지워지는 2008년이면 CO2 1t 배출권 값이 3만원 정도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면서 "2008년에 140만t의 배출권을 팔면 약 500억원이 들어온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배출권은 이네오스케미칼이 팔고 수익을 투자한 비율대로 나누기로 했다. 그래서 40%를 투자한 퍼스텍은 2008년 한 해 약 200억원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울산=이기원 기자,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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