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성남 승부조작설' 검찰에 맡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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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상대 선수 매수에 의한 승부 조작설이 터진 다음날인 21일, 성남-부산전이 열린 성남종합운동장에서 박규남 성남 단장을 만났다.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평소 정력적이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상황을 묻자 "근거없는 얘기"라고만 대답한 뒤 자리를 떴다.

차경복 성남 감독의 반응은 분노였다. 차감독은 폭로 당사자인 김철식 전 운영국장을 "선수 수당을 빨아먹은 흡혈귀"라고 지칭했다.

매수 대상자로 거론된 성남 수비수 싸빅도 펄쩍 뛰었다. "당시(지난해 11월 17일 성남-포항전) 경기 비디오를 봐라. 내가 제일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상대 선수 매수에 나섰다고 지목한 김현수도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단장부터 선수에 이르기까지 모두 '사실 무근'이란 반응 일색이다.

그렇다면 김씨 측 주장을 보자. 김씨는 "성남이 지난해 K-리그 우승을 위해 리그 마지막 두 경기에서 스카우트와 금품 보장을 미끼로 상대 선수를 매수했다"며 "운영국장인 본인이 직접 시행하거나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만일 내 폭로가 허위일 경우 어떤 물질적.사법적 책임도 감수하겠다"고도 했다. 승부조작이 사실인지는 아직 모른다. 양측 입장은 팽팽하다.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프로축구연맹은 문제 해결의 적임자가 아니다. 수사권이 없는 연맹이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증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는 당사자가 부인하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이제 검찰이 나서야 한다. 만일 폭로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범죄다. 만일 사실이 아니라면 실추된 성남구단과 해당 선수의 명예가 회복돼야 한다. 절대 그냥 넘겨서는 안될 사안이다.

과거와 같이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두고두고 한국 축구의 멍에로 남게 된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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