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20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 계획을 두고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이 총재는 “(미국 정책금리) 인상 시점이 6월이나 9월이나 (언제가 될 지도) 중요하지만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인상 속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 Fed가) 한 두번 올릴 게 아니고, 앞으로 금리 인상 기조로 접어들면 연속적으로 올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한은이 통화정책 방향을 정함에 있어 “국내 지표뿐 아니라 미국 지표도 면밀히 살펴봐야 할 상황”이라고 짚었다. 대신 미국이 현재 0~0.25%로 사실상 0%인 정책금리를 연말까지 빠른 속도로 올리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속도는 점진적일 전망”이라며 “시장의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가 ‘불확실성’과 ‘미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강조하면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한층 커졌다. 미국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진다는 건 한국 같은 신흥국으로선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도 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한은은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연 1.75%로 낮췄다.
한편 이날 금융협의회엔 윤종규 국민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비롯한 11개 은행 대표가 참석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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