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거쳐 온 현대판 '일본통신사' … 서울대 학생들과 과거사 난상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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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현대판 ‘일본통신사’가 일본 아이노시마(相島)에서 대마도를 거쳐 부산, 그리고 서울까지 방문했다. 일본 대학생들로 구성된 ‘전국학생연대기구’ 얘기다. 자신들을 자칭 ‘일본의 미래 오피니언 리더’들이라 주장하는 이 대학생들은 한·일 관계가 악화 국면으로 치닫는 요즘, 한국을 방문해 미래의 한·일 관계에 대해 논하고 싶었다. 마침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인 해였다.

 한국 방문 전, 이들은 서울대 국제대학원 일본연구소 소장인 박철희 교수에게 이렇게 e메일을 보냈다.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루는 서울대에 방문해 한국 대학생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난 19일 이 ‘일본통신사’들은 서울대에 도착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 대학생들이 책상에 마주 앉았다. 화두는 단연 과거사 문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왜 한국이나 중국이 자꾸 과거사에 운운하는지 모르겠어. 그런 문제들은 당시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었던 문제 아니야?”(일본)

 “현재의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려면 과거사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그에 따른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너는 우리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니?”(한국)

 양국 대학생들의 의견은 곧잘 대립각을 세웠다. 대화는 영어로 진행됐다. 하지만 분위기가 격앙되자 여기저기서 일본어와 한국어가 튀어나왔다. 복잡미묘한 표정들이 오갔다. 그러다가도 서로의 다름을 금세 인정했다.

 “좀 더 제대로 된 역사를 배워야 해. 안 그러면 이 대화는 끝나지 않을 거야. 사실 서로의 나라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잖아.”(한국)

 “맞아. 우린 한국·중국을 묶어서만 생각했지, 구분해서 보진 않았던 것 같아.”(일본)

 이들은 치열하게 다투면서도 이날 한·일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발견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학생연대기구 대표인 시노스케 도쿠모토(22·사진)씨는 “한·일 관계가 많이 악화된 상황인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역시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는 한·일 교류가 더 많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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