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 사용설명서] 100세가 돼도 똑같은 여자 마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5면

“올해 태어난 아기, 142세까지 산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의 표지를 장식한 제목입니다. 노화 억제 기능이 있는 약품을 복용했을 때 그렇다는 내용의 기사였지만 최근 늘어나는 수명을 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100세 시대, 140세 시대가 축복일까요, 재앙일까요. 국가적인 차원의 문제는 차치하고, 적어도 나와 내 부모님이 오래오래 사는 건 분명 축복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거죠.

 이번 주 커버스토리는 시니어들의 미용 성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요즘엔 젊은이들뿐 아니라 시니어들도 얼굴 성형에 관심이 큽니다. 최근 얼굴 주름을 펴는 수술을 받은 한 60대 시니어는 “전엔 어딜 가도 구석 자리만 찾고, 남들 눈에 안 띄려고 했다. 그런데 수술 후엔 자신감이 생겨서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대인 관계가 좋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이마 주름 펴는 수술을 해볼까 생각한다는 한 60대는 “100세 꼬부랑 할머니가 돼도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싶은 게 여자 마음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시니어들은 드러내놓고 성형에 대해 말하기 꺼려했습니다. 나이 들어 성형한다면 자식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잘못해서 얼굴을 망치면 어떻게 하나 등의 걱정이 많았습니다. 가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지만, 간단한 시술로 젊음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닐까 싶습니다. 신체건강 못지 않게 정신건강도 중요하니까요.

 “이 자리에 있게 해주신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한때 미스코리아에 뽑힌 이들이 울먹이며 하던 말입니다. 요즘 같으면 ‘의느님’이라 불리는 성형외과 원장을 가리키는 말이겠지만 1970~80년대 미스코리아의 ‘원장님’은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한 미용실 원장님이었습니다. 이번 주 당신의 역사에 나온 ‘마샬미용실’ 하종순 회장은 김성희·이영현·궁선영·고현정·염정아 등 미스코리아의 120명의 그 ‘원장님’이었습니다. 한때 어린 여자아이들의 꿈이었던 ‘미스코리아 머리’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음식’의 주제는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문어숙회입니다. 영원히 나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했던 엄마가 아플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한 소설 속 음식이 문어숙회입니다. 어린 시절 엄마는 젓가락을 내밀어 받으려는 내게 “그리 먹으면 맛이 덜하다. 그냥 아, 해봐라”며 뜨거운 문어를 내 입에 넣어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다 큰 딸과 함께 부엌에 선 엄마의 손에는 힘이 없습니다. 엄마의 손은 자꾸 문어를 놓치고, 결국 딸이 엄마 입에 문어를 넣어줍니다. 그 장면을 떠올리며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 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부대)’라는 말이 있죠.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않고, 자식이 효도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부모님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는 시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늘이라도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넣어 보세요. 더 늦기 전에 말이죠.

박혜민 메트로G팀장 acirfa@joongang.co.kr

[관련 기사]
[커버 스토리] '실버튜닝' 시대...시니어들의 성형에 대한 속마음
아픈 관절 새것으로, 활동성 높이는 신체 성형
[이주호 기자의 '고민 많은 곰디'] 할아버지,할머니 피규어는 없었다
[김경록 기자의 '작은 사진전'] 실버 모델 서추자씨에게 받은 감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