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는 마라톤의 "검은선풍"| LA서 1년 침묵깰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6년간의「검은 침묵」은 마침내 깨어질것이다-』올해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의 최대이벤트인남자마라톤에서 블랙 파워(흑인세) 의 거센 선풍이 다시한번 휘몰아칠 것이라는 예상이 최근들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세계랭킹 1-2위인 「살라자르 (미국) 와 「카스텔
라」 (호주) 를 열나게하는 이런 추축은 결코 근거없는 것이 아니다.
60년 로마올림픽때 이디오피아의 「아베베·비킬라」가 혜성처럼 등장, 역사상 최초의 흑인마라톤왕이 된데이어 64년 도오꾜올림픽마저 연속 재패했고 또 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도
역시 이디오피아의 「마모·월데」 가 월계간을 차지한 시대를 검은 선풍이 지배했다.
이 아프리카마라톤은 고산험령을 치달리는 특유의 훈련방식을 사용했음이 밝혀져 세계마라톤계에 큰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멕세코 올림픽직후 호주의 「데레크·클레이튼」이 2시간8분34초(정확하게는 2시간8분33초6) 의 경이적인 세계신기록을 수립함으로써 이디오피아의 흑색10년아성은 일거에
무너졌다.
이후 현재까지 최신과학의 지혜가 총동원된 새로운 훈련방법을 구사한 미국·동독·호주들 스포츠선진국이 세계마라톤의 헤게모니를 장악했고 여기엔 일본까지 가담했다.
올해 LA대회전이 아프리카 블랙파워의 영광회복에 절호의 찬스로 지목되는 것은 올림픽피날레로 장식되는 남자마라톤경기가 8윌12일하오5시반 (현지시간)에 스타트하며 이 시간의
기온이 섭씨30도를 웃도는 혹서이기 때문이다.
더우기 로스앤젤레스는 이때의 기후가 고온에다 지극히 건조하여 섭씨10도안팎의 쾌적한 기상조건속에서만 레이스경험을 쌓아온 미국·유럽·호주및일본등 선진국일색의 세계상위랭
커들은 종래의 평상페이스를 유지하기 어려운 고초를 겪을 것이틀림없다.
LA올림픽의 마라톤코스가 확정된후 처음으로 지난19일 국제대회가 재최됐는데 이날의 기온은 섭씨22도에 불과했으나 선수들은 한결같이 『공해보다 건조성고온이 최대의 장애다.
탈수위험이 매우크므로 음료수대를 대폭증설해야할 것』 이라고 입을모았다.
또 이들은 『따가운 햇살에 무덥고 탁한 공기가 LA올림픽 마라톤을 망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기도했다.
이러한 악조건을. 감안하여 아프리카의 새로운 예비영웅으로 뗘오르고있는 선수가 탄자니아의 1인자「주마·이캉가」다.「이캉가」는 세계역대랭킹 공동7위에 현역선수로선 공동6위
이며 아프리카흑인으로선 유일하게 세계상위권에 들어있다.
그러나 그의 최고기록2시간8분55초로 작년l2월4일 일본 후꾸오까대회에서 작성된것으로 극히 최근에야 세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상승세의 신예다.
「이캉가」 는 후꾸오까대회때 「세꼬」·「살라자르」·「소·시게루」 등과 대결, 시종 선두를 달려 우승을 눈앞에 두었다가 골인직전에 「세꼬」의 전가보드 인 사무라이식 필사
의 돌진에 굴복하여 3초차로 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아캉가」 는 불과 2개월만인 지난 12일 도오꾜국제마라톤대회에 나가 섭씨3도의 쌀쌀한 날씨에도 2시간10분49초로 주파,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의 유명선수들이 대회출전의 인터벌을 6개월내지 1년씩잡는 관례에 비하면 「이카캉가」의 원시적 정력은 놀라운것이다.
서류엔 51년도생으로 기재돼 있으나 자신은 올해 27세이며 생일을 모른다는 「이캉가」는 키1백60cm·체중58kg의 작은체구로 현역 육군중위.
재작년까지는 사병이었다가 영연방 대회에서 2위를 한 공로로 소위로임관되고 이어 작년 후꾸오까대회직후 다시 중위로 특진되었다.
따라서 LA올림픽에서 메달리스트가 되기만하면 최소한 대위계급장도 동시에 딸것이 틀림없다.
「이캉가」 외에도 19일의LA대회에서 1-2위를차지한 「샤항가」(탄자니아·최고기록 2시간10분19초)와 「수자우」(케냐·최고기록 2시간9분44초)등이 급속한 성장기류를 타고있어「8
윌의주역」후보로 꼽히고 있다.<박군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