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학 캠퍼스 내 성희롱 용인할 수준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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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시내 한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에서 벌어진 성희롱 행태는 대학가 성문화와 관련해 또 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신입생 숙소에 ‘아이 러브 유방’ ‘작아도 만져방’ 등의 이름을 붙이는가 하면, 여학생들에게 섹시 댄스를 추도록 규칙을 정하는 등 환영회는 전반적으로 성희롱으로 얼룩졌다. 그동안 대학가 성 문제는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성폭행·성추행을 일삼는 ‘권력형 성범죄’가 가장 큰 문제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일로 학생 간 성희롱·성추행 등 성문화의 불건전성이 이미 용인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일은 개인적 일탈이 아닌 학과 전체가 참여하는 공식행사에서 벌어졌다. 많은 학생이 함께 준비했을 터인데 이런 행태가 걸러지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학생들의 지성과 인식에 뭔가 고장이 생긴 건 아닌지 의심케 한다. 한데 대학생들은 대학가의 성희롱적 언어유희는 뿌리 깊다고 말한다.

 특히 대학 축제 등에서도 학사주점의 메뉴 이름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성희롱적이고, 게임도 신체적 접촉을 유도하거나 언어적 성희롱으로 점철돼 있는 등 성희롱 문화가 확산돼 있다고 한다. 음담패설을 유머라고 생각하고, 이를 대범하게 넘기지 않으면 쿨하지 않다는 비난이 뒤따라 냉가슴을 앓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또 최근 대학가에서 데이트 강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왜곡된 성문화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요즘 대학가에선 의무적으로 성교육을 시키고 있는데도 이런 참담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교육이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대학가는 성범죄와 관련해 처벌이 무디고, 덮는 데 급급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제대로 경각심을 주지 못하고 왜곡된 성의식이 학생들 사이에 만연한 게 아닌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성 문제는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예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물리적 성폭력·성추행, 언어적 성희롱 같은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학생들에게 성교육에 앞서 예의를 가르치는 방법도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