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간 동생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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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철에서 내려 제물포역앞 버스 정류장에 서자 사나운 바람이 달려들었다.이날따라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기도 했지만 역시 인천바람은 맵고 거셌다.
동생이 입대한지 1년이 가까워 온다.그동안 열손가락도 못채운 편지를 드문드문 주고 받고, 한이틀 휴가받아 집에 들렀을 때도 변변한 얘기조차 못나눈 누나로선 이번 면회길이 자못 가슴 설레게 하는 것이었다.
버스는 이내 와주지 않았다. 30여분 발을 동동 구르며 두손으로 귀를 쓸어가며 버스를 기다리다 지쳐 급기야 택시를 불러 세웠다. 택시를 탄 수월함으로 당초부터 어려움을 예상한 초행길이 다소 용이해질수 있었다. 운전기사는 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울퉁불퉁한 산길을 군말없이 가주었고 동생이 있는가장 가까운 위치에까지 나를 무사히 안착시켜준 것이다.
병사의 전갈을 받고 뛰어나온 동생은 나를 보자 뜻밖의 방문객이란듯 주춤하더니 곧 반가운 웃음으로 두손을 내밀었다.
『왜, 여자 친구가 아니라 실망했니?』
『아뇨,너무 반가운 분이라 깜짝 놀랐어요』
『정말?』
나는 짐짓 다짐을 주며 동생을 난처하게 했으나 한편으로는 그런 동생이 참 대견스러워졌다. 말투부터가 경어로 달라진 것이다. 더구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누님이라는 호칭이 새삼 쑥스러울 지경으로 동생은 어른스러워져 있었다.
꾸려온 음식들을 펼쳐놓고 재미난 군대생활의 에피소드도 섞어가며 시종 자신에 넘쳐 있는 동생의 이야기를 듣노라니 얼었던 몸이 스르르 풀리면서 가슴 속까지 훈훈해오고 있었다.
거수 경례를 절도있게 올려 붙이고 동생은 일어서서 갔다. 어깨에 얹힌 소위계급장이 다이어먼드보다 더 빛나 보였다.

<경기도남양주군구리읍인창7이314의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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