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 잠시 놓고 가족을 위해 … 주방에 들어간 변호사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8일 쿠킹 클래스 메뉴는 생선 알리오올리오 스파게티, 홈 레스토랑 스타일 스테이크, 과일 더치팬케이크 등이었다. 변호사들이 직접 만든 요리를 가족과 함께 먹고 있는 모습. [사진 누브티스]

바야흐로 요리하는 남자 전성시대다. ‘남자가 무슨 요리냐’는 옛말. ‘요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는 반응이 대세인 요즘, 남성 변호사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요리하는 남자 대열에 합류했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성북동 누브티스 넥타이 박물관 내 이탈리안 레스토랑. 법무법인 율촌 소속 남성 변호사 20명이 가족을 위한 밥상 차리기에 나섰다.

 양복 대신 높은 셰프 모자에 빨간 스카프까지 두른 변호사들은 유자 드레싱·리코타 치즈를 만들고 스테이크 굽기, 파스타 만드는 방법까지 두루 섭렵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우창록 대표변호사는 “업무 외적으로 동료와 가슴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요리 클래스 참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들이 가족을 위해 집에서 요리를 하면 새로운 대화 소재가 생기고 가정의 평화까지 지킬 수 있다. 집에서 종종 요리를 하는데 아이들이 아빠가 만들면 더 맛있다고 칭찬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율촌의 이태혁 변호사는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집에서 가족들을 위해 제대로 요리를 한 적이 없다”며 “오늘 배운 것을 앞으로 잘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가족들 먹이는 재미에 빠지면 집에서도 플러스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누브티스는 갤러리, 넥타이 박물관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선 매월 정기적으로 요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누브티스의 이경순 대표는 “예로부터 우리는 밥상머리에서 가족간의 유대와 사랑을 키워왔다”라며 “최근 ‘차줌마’ 등 요리하는 남자 신드롬이 불면서 요리 강좌에 참여하길 원하는 남성들의 문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곽재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