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자주 삐나요? 힘줄로 인대 살리면 더 튼튼해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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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건우병원 족부관절센터 배의정 원장이 발목불안정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인대를 이식해 재건하는 수술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지난해 개정된 세계적인 의학교과서 ‘캠벨 정형외과학’에는 발목인대를 재건하는 ‘이식형 인대재건술’이 수록돼 주목을 받았다. 수시로 발목을 삐는 발목불안정증 환자 중 증상이 심하거나 젊은 연령대, 활동량이 많은 환자에게 적용하는 수술법이다. 이식형 인대재건술의 효과를 입증해 논문을 발표한 연세건우병원 족부관절센터 배의정(정형외과) 원장은 “재건된 발목 인대의 강도가 기존 수술보다 우수하고 환자의 회복기간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발목불안정증은 발목을 접질려 크고 작은 염좌(삠)가 반복돼 생긴다. 인대가 느슨해진 탓이다. 발목 염좌의 10~20%가 발목불안정증으로 진행한다. 발목불안정증은 주변 인대·연골을 손상시키므로 심하면 발목관절염으로 악화할 여지가 있다.

이식형 인대재건술의 과정은 이렇다. 발목으로 이어지는 종아리뼈에 두 개의 구멍을 뚫는다. 구멍을 통해 기존 인대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힘줄(동종 반건양건)을 U자형으로 관통시킨다. U자형 힘줄의 양끝은 나사로 고정한다. 이 나사는 고정력이 높고 3개월 후에는 체내에서 녹아 사라진다.

수술에 사용하는 힘줄은 허벅지 뒤쪽의 기다란 힘줄(햄스트링)이다. 인대와 비슷한 역할을 해 인대재건술에 많이 쓰인다. 환자 본인의 것을 사용하는 자가이식과 타인의 것을 쓰는 동종이식이 있다. 자가이식은 이식 조직의 재생이 빠르다. 반면에 조직을 떼어내는 추가수술이 필요해 조직을 뗀 부위가 약해질 우려가 있다. 배의정 원장은 “타인의 힘줄을 이식형 인대재건술에 주로 활용한다”며 “항원 처리한 힘줄이므로 인체에 무해하다”고 말했다.

과체중·인대 손상 중증 환자에게 효과

기존의 발목불안정증 수술은 인대를 단축시켜 당기는 수술법(브로스트롬 변형 수술)이다. 주변 조직을 이용하고 수술법이 비교적 쉽다. 배 원장은 “문제는 과체중이거나 인대가 많이 상한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상한 인대 조직 위에 관절막을 덮어주는 방법이라 인대가 쉽게 늘어나 재발이 잦다”고 말했다.

이를 보완한 수술법이 이식형 인대재건술이다. 배 원장은 “인대재건술은 인대가 제 기능을 하도록 해부학적으로 가장 근접하게 재건하는 수술”이라고 말했다. 인대가 파열되기 전 두께·방향을 재구성한다. 배 원장은 “기존 수술로 재건된 인대 강도가 80%라면 이식형 인대재건술은 강도가 120%로 높아져 재파열·재손상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대재건술의 효과는 2013년 배 원장이 발표한 논문에서도 입증됐다. 발목관절 외측 인대가 불안정하고 기존 수술법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이식형 인대재건술을 시행했다. 그 결과 발목 통증 점수는 수술 전 6점에서 수술 후 일상생활에 불편이 거의 없는 1.1점으로 감소했다. 발목관절의 운동·각도, 주관적인 통증 같은 기능점수는 70점에서 90점으로 높아졌다. 발목 안정성을 나타내는 점수는 54점에서 92점으로 정상에 가깝게 향상됐다. 배 원장은 “발뒤꿈치 관절이 강직되거나 발목불안정증이 재발하는 합병증은 없었다”고 말했다.

삔 발목엔 냉찜질·압박붕대로 응급처치

발목 염좌는 워낙 흔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배 원장은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으면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고 넘긴다”며 “겉으론 다 나은 것 같지만 속으로는 인대 손상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상태에서 섣불리 움직이면 인대가 느슨해져 발목불안정증으로 악화한다.

배 원장은 “발목 염좌는 응급처치만 잘해도 발목불안정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친 부위를 움직이지 않고 완전히 나을 때까지 충분히 쉬는 것이다. 다친 부위에는 2~3일간 냉찜질하고 압박붕대로 압박한다. 또 다친 부위를 심장보다 높이 위치시킨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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