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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문예 평론 심사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응모작품이 대체로 작가론을 지향하고 있다. 그것도 시인 작가의 전체상 보다는 어느 하나의 국면이나 한 작품을 조명하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구체적이고 자상한 분석의 시도로서 소망스러운 경향이라 할만하다. 가만 너무 으슥하고 궁벽한 일면에 집착한다는 부정적 측면을 보여 주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흠이다.
가령「조지훈과 전통국악기」의 경우 작품 속에 동원된 국악기의 여러 종류에 대해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켜 준다.
그러나 그것이 삽화적 수준에 머물러 있고 그 상징성이나 시적상상력 속에서 발휘하는 작동의 원리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심상의 수량적 처리가 그 자체로써 작품 이해에 기여하는 몫은 작다고 할수밖에 없다. 그러한 경우가 많았다. 하나의 쟁점을 찾아내어 그것을 추구하면서 건설한 논리적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되는 글 네 편을 놓고 궁리한 끝에 이번에도 가작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었다.
「삶의 현장과 시의 현장」은 정열도 있고 패기도 있다. 분석능력도 엿보인다. 그러나 논리전개나 문장에 있어서의 미숙이 드러나 있다.
「성물의 공간과 비의의 공간」은 작품론으로써 이른바「정독」을 시도한 것이다. 투명하고 활달한 문장력이 우선 돋보인다. 그러나 지나치게 작가자신의 말에 의존하고 있어 약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침묵의 한걸음 잎의 시」는 이렇다할 결함이 없는 대신 너무 손쉽게 씌어져있어 울림이 약하다. 많이 나은 김수영론에 비해서 도전적인 관점이 허약하였다.
「W시로의 여행」은 앞의 시인론과 난형난제의 관계이다. 한 작가에 있어서의 사랑의 의미를 집중적으로 골똘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을 샀다. 인용이 너무 많은 것이 흠이다. 정진하여 대성 있기를 빌 뿐이다. 심사위원 유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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