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후계 ? … 중국 면접 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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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24살 젊은이가 한국과 미.중.일 등 주변국 정보기관을 긴장시키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잦게 거론되는 차남 김정철이다. 독일 슈피겔지는 21일 "10월 말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방북 때 김정철이 만찬에 등장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홍콩의 언론은 "후 주석 방북 때 김 위원장은 후 주석을 초청한 비공개 가족연회에 차남 김정철을 소개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현재 알려진 것은 김정철이 1990년대 중반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서 공부했다는 정도. 영어.독일어를 구사하고 컴퓨터에 관심이 있다는 설도 있다. 그는 김 위원장과 고영희(지난해 사망) 부부 사이에 태어났다. 고영희는 사실상 북한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정철이 후계자로 급부상한 것은 2002년 5월 이복형 정남의 일본 입국 사태 이후다. 그는 가짜 여권을 썼다가 추방되면서 김 위원장의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이후 북한에서는 정철을 후계자로 옹립하는 듯한 징후들이 나타났다. 그해 8월 북한 군부가 고영희를 '존경하는 어머님'으로 표현한 강연 자료를 내놓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올 9월 노동당 중앙위 청사에 김정철의 초상화가 걸렸다는 설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03년 9월 국방위원에 임명된 백세봉이 김정철이란 주장도 한다. 백세봉은 북한이 혁명의 성산으로 여기는 '백두산 세 봉우리'의 줄임말로, 후계 구축을 위해 이런 이름을 붙였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이기동 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이 북한에 후계자를 보자고 했다거나, 정철을 공식 만찬에 부른 것 등은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것"이라며 외지 보도를 믿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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