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특집프로들 편성감각 독보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각TV국의 다채로왔던「성탄특집프로」는 풍성한 내용도 좋았지만 편성감각에서 높이 평가되어도 좋다
TV시청은 시간을 보내는 방편으로, 혹은 프로내용에 관심과 흥미가 따를때 일어나는 임의적 행위다.
특집물의 주제가 대개 성탄에 맥락을 둔거였으나 재미를 살린 연애물이였다는데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 시청자들은 부담없이 프로를 골라가며 성탄의 의미도 즐겼을것같다.
만약에, 생경한 교시조의 계도물이였다면 어떠했을까? 아무리 유익한 교육프로라도 따분하면 안보지만 저속한 오락물일망정 재미있으면 본다는 TV시청의「쾌감원칙」을 존중한 편성태도를 칭찬해야되겠다.
특히 KBS 제1TV의『기도』에서 시한부환자의 달관적 인생관, 의사의 인간애가 인상깊었는데 이순재의 완숙한 연기가 리얼해 누선미학의 위험수위를 덜게한 공 또한 적지않았다.
○…MBC-TV『호랑이선생님-12살의 사탕』(19일)에서 느낀것-
남녀국민학생을 모아놓고 멘스땐 난소가 고무공처럼 커진다느니 슬라이드까지 보여가며 모태와 태아의 성장과정따위같은 깊숙한 성교육을 하는게 옳은가.
초경기에 이른 생리변화정도는 가정이나 초등학교에서 전통적으로 해온게 아닌가.
문제는 청소년대상프로쯤에서 다뤄야 마땅한 것을 어린이프로에서 선구적으로 시도해야할 TV문화사정에 있다
우리가 직시해야 될것은 지하문화속에 흐르는 일부 청소년층의 음란스런 성문화와 난잡한 성의식의 실태다.
TV를 일상적 미디어라 하는건 방송내용이 지닌 일상성과, 일상감각에 따른 시청행위에도 있다.
그러기에 보편적 현실속에서 문제를 찾아내 해결책을 검색해볼때 TV의 제도기능은 호소력과 설득력을 지닌다
언젠가 KBS의『꽃·바람·안개』가 이런 의도아래 성문화를 시험적으로 다루자 방심위는 늘 그렇듯 준엄하게 나무란걸 기억한다. 개방돼 가는 성문화현실에 언제까지 TV가 눈감아야 하는가
이런 상황이니 어린이들 입을 빌어 어떻게 여자몸속에 정충이 들어가느냐는식의 성문제를 다룬 고육책이 나왔을법 싶다.
방심위같은곳은 진취성을 살린 제작지침을 마련하는데 발분할 일이다. 신규호(방송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