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에 새바람…「소집단운동」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80년대에 접어들며 적막했던 문화계에 일련의 젊은이들이 문화창조를 자임하고 나서면서 각 분야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소집단 문화운동-. 시동인·르포동인·문학무크·종합문화무크·지방문화무크·미술동인·연극동인·영화집단·마당놀이패·아동문학무크등 주로 동인·무크(Mook-Magazin과 Book의 합성신조어로 잡지성격을 띤 단행본)지를 통해 펼쳐지는 이들의 활동은 아직 그 성과나 방향설정은 불투명한 상태지만 이들의 젊은 의욕은 하나의 세찬 흐름을 형성할 기세다
문학·미술·연극 전통연회·영화·노래등 각 분야에 걸친 이들의 운동은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충돌하기도 하며 끊임없는 모색을 거듭하고있는 단계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80년대 가장 뚜렷한 문화운동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월간「마당」지는『소집단문화운동의 향방』을 신년특집으로 마련, 민족형식의 창출을 위한 좌담회와 소집단문화운동 선언문들을 모은 자료집을 준비하고있어 관심을 모은다.
좌담회에서 최원식교수 (인하대·국문학) 는 바야흐로 우리문화계가 백화제방·백가쟁오의 시대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제 우리는 이 발랄하게 분출하는 새로운 힘들을 공동의 장으로 묶을 수 있는 새로운 대화를 시작, 호혜평동의 정신에 입각한 새로운 연대, 새로운 통합을 추구해야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80년대 소집단운동의 현 단계를 분야별로 점검하는 과정에서 최교수는 우리문학이 개인주의의 극복, 민중적 연대의 구축을 위해 기존장르를 넘어서 민족형식을 창출할 과제를 안고있다고 말했다.
채광석씨 (문학평론가)는 그동안 무크나 동인운동 차원에서 참혹했던 경험을 내실화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는 조짐보다는 거의가 기존의 조류를 답습, 각기 고립분산적으로 실천기반도 설정되지 않은채 진행되는 면이 강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 운동의 실천적· 이념적 기반을 보다 새롭고 진보적인 방향으로 재정립, 서로간의 연대적인 방향으로 얼개를 엮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당극·마당굿운동을 검토한 문무병씨 (마당놀이패) 는70년대 우리 전통연극운동이 서구문화에 젖은 지식인의 입장에서 출발했다는 점에 일단 맹점이 있다고 진단하고, 마당굿운동이 신교육을 받은 젊은층과 전통문화를 향유해 온 나이든 층의 단절된 맥락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문화운동 차원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노래운동에 대해 김창남씨(노래 비평가) 는 70년대초부터 전개돼온 마당극 운동의 발전과정에서 노래도 나름의 발전을 거듭, 현재 하나의 독자적 장르로 조직화 될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기왕의 노래가사가 너무 개인적이고 노래의 형식 자체도 너무 서구적이므로 우리노래를 우리가 만들고. 가사도 바꾸고, 좀 실감나게 부를수 있는 틀의 모색이 중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
그림운동을 살펴본 김봉준씨 (화가) 는 기존의 미술형식에는 민중이 자기 삵을 표현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전통적·서구적 형식사이에서 어떻게 민족형식을 모색할 것인가.
박인배씨 (연극인) 는 현재우리의 문화양태가 외래·대중문화의 형태로 강제 주입되는 대량 공격적인 가짜 문화라고 지적하고, 이제 겨우 전문인의 영역에서 자그나마 활동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에 왔다고 설명, 이를 넘어 대중적인 확산으로 이끄는 절대적인 목표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문화가 생활의 영역에까지 일치하는 문화집단으로서의 소집단 운동의 의미를 강조한 박씨는 여기에 경제적 평등과 제도적 민주화가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80년대 들어와 가장 중요한 현상중의 하나인 지방문화운동에서 중앙문화와의 연계관계는 민족문화·민중문화의 건설이라는 역사적 과제 앞에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문무병씨는 80년대 지방문학운동은 아직 초보적 단계지만 중앙문화에 대한 표면적인 종속을 깨는 소중한 새싹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소집단운동의 고립분산적인 성격을 개선하기 위해서, 김봉준씨는 문화모임 같은 것들을 장르나 분야관점에서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서로 집단력을 고양시켜 나가는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제의했다. 그렇지 않고 서로 자기입장만 고수하려고 발버둥치는 것은 오히려 문화기득권자들의 자기변호에 불과할 것이라고 김씨는 지적했다. <이근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