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비켜" 당찬 여고생 지은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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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그놈 참 대단하네. "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 88골프장에서 끝난 MBC 엑스캔버스 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한 갤러리가 탄성을 쏟아냈다.

1m61㎝의 자그마한 키에 얼굴에는 여드름이 잔뜩 돋아 '말괄량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지은희(17.가평종고2.사진)가 세계적인 스타 박세리(26.CJ)와 프로대회 4승의 박소영(27.하이트)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샷을 날리며 선전했기 때문이다.

지은희는 스타들과의 대결에 부담을 느낀 듯 1번홀에서 세컨드샷을 그린 왼쪽으로 넘겼고 어프로치샷도 너무 길었지만 약 6m 파퍼트를 넣은 뒤 자신감을 찾아 이후로는 2백50야드를 훨씬 넘는 파워샷을 날렸다.

활이 휘어지듯 몸을 비틀어 때리는 호쾌한 샷에 2천여 갤러리는 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14번홀(파4)에서 지은희의 세컨드샷이 그린을 퉁긴 뒤 홀로 빨려들어가는 장면에서 터진 "와"하는 탄성은 대회의 하이라이트로 메아리졌다.

지은희는 이미 아마추어 무대에서는 주목을 받아온 유망주다.

지난달 국내 여자프로골프 개막전인 김영주골프 여자오픈에서도 지은희는 한때 정일미(31.한솔홈데코)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는 깜짝쇼를 펼친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엑스캔버스 대회 때 캐디를 맡았던 아버지 지영기(48)씨는 전 국가대표 수상스키 감독이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물에서 자라다시피 한 지은희는 가평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골프광인 아버지를 따라 골프장에 다니면서 클럽을 잡았고, 6개월 만에 출전한 아마추어 대회에서 준우승하면서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각종 대회에 출전해 상을 휩쓸었다.

'가평에 골프 신동이 났다'는 소문에 지역 유지 20여명이 모여 후원회를 결성해 지원에 나섰고 가평 지역의 6개 골프장도 무료 라운드를 허락, 스타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지은희는 "세리 언니랑 경기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언니처럼 세계 무대에 우뚝 서는 것이 꿈"이라면서 "올해 목표는 오픈 대회 우승"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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