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주인 설득 위해 2년간 만나기도 … 6개 학교 부지 매입한 '협상의 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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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교육청 재정정보과 이무숙(48·여·사진) 주무관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아닌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았다. 지난 3년간 경남에서 6개 학교를 새로 짓거나 이전하는 데 필요한 땅 11만8289㎡를 모두 협상을 통해 사들여 강제수용에 따른 행정력과 예산 낭비를 막은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의 노력으로 학교는 제때 개교할 수 있었다. 땅 주인과 동료가 그를 ‘협상의 달인’이라 부르는 이유다.

 2012년 1월 해당 과에 발령받은 그가 맡은 첫 보상은 거제시 아주동 내곡초등학교 부지 1만3423㎡. 땅 소유자 18명은 협상 초기 “팔지 않겠다”고 버텼다. 보상금이 기대보다 20~30% 낮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물려받은 땅이어서 무조건 팔지 않겠다는 소유자도 있었다. 그런 그들을 짧게는 4개월, 길게는 2년 만에 설득해냈다.

 비법은 이렇다. 우선 땅 소유자를 여러 차례 만나면서 누가 협조적이고 누가 비협조적인지 구분했다. 먼저 우호적인 소유자를 설득했다. 땅 주인의 사정을 들어주고 학교의 필요성과 장점을 조곤조곤 설명했다.

 “땅을 무조건 내놓으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반발감만 더 커져요. 아이들이 멀리서 통학하지 않아도 되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으며 학교 주변도 개발될 수 있다는 설명을 곁들이며 협조를 구하는 게 먼저입니다.”

 한 명을 설득하기 위해 열 번 이상 만나기도 했고, 수시로 전화해 땅 얘기는 꺼내지 않고 안부만 물으며 친분을 쌓기도 했다. 한 명이 계약하면 그의 도움을 받아 또 다른 땅 주인을 설득했다. 땅 소유자 중에는 친인척과 이웃 간이 많아 이들의 설득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전국에 흩어진 땅 주인을 만나느라 출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완강하던 땅 주인들도 서서히 마음을 돌렸다. 윤모(70·거제시 아주동)씨는 “아가씨 정성이 지극해 계약해준다”며 도장을 찍었다. 나이 많은 땅 주인은 상냥한 그를 ‘아가씨’로 부르곤 했다. 결국 지난해 2월 내곡초등학교 부지 계약을 모두 성사시켰다. 이 학교는 오는 3월 무사히 개교한다.

 이런 노력으로 그는 지금까지 거제 내곡초등학교와 밀양 미리벌중 등 6개교의 부지 협상을 마무리했다. 액수만 92억38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강제수용은 한 건도 없었다. 이전까지 보상건수의 10~20%를 강제수용했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설 학교 부지를 매입하면서 ‘선납 할인’을 적용해 예산을 아꼈다. 예산을 예치한 은행 이자가 3% 안팎이지만 아파트 건설사에 계약·중도금을 선납하면 5~6%를 할인받는 점에 착안했다. 기존에 없던 계약방식이었다. 그 결과 지난 3년간 아파트 단지의 17개 학교 부지 20만9954㎡를 1100억원에 사들이며 60억원을 절감했다. 이씨는 “소통과 공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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