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문화의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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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정도의 크고 작음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공해의 피해자들이다.
중금속으로 오염된 대기와 식수를 호흡하고 마셔야하며 오염된 토양에서 재배된 식량과 채소를 먹고 있다.
각종 농약과 화학비료는 그것이 인체에 유익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식량의 물질적인 확보라는 차원에서 부가피한 것으로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공해들은 산업의 발달과 인구의 증가, 식량자원의 생산증대라는 절대적인 필요성에 따라 어느 정도는 인정되고있으며 그 피해의 극소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고 상당한 효과를 얻고 있는 것 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해의 가해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려는 모든 노력에 역항해서 인위적으로 공해를 ?산 해내는 무리가 있다. 목전의 이익만을 노리고 유해식품을 만들어내는 업자들로 만인의 지탄과 저주를 받는 사람들이다.
최근 보건사회부가 적발해낸 연근과 토란 등 구근 채소류에 인체에 해로운 표백제를 사용한 업자들도 이러한 「공적」부류에 속하는 자들이다.
이들은 사람들의 기호식품으로 널리 쓰이는 연근과 토란 등을 매끈하고 뽀얗게 신선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표백제인 아황산 나트륨이 허용기준의 2∼4배씩이나 함유된 구근 채소를 시중 백화점과 슈퍼마켓 등에 내다 팔았다는 것이다. 구근 채소류의 껍질을 벗겨놓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렇거나 시커멓게 변색되기 때문에 아황산 나트륨으로 씻으면 본래의 뽀얀 색을 오랫동안 유지, 신선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아황산 나트륨은 표백제나 식품 방부제는 물론 용액 정착제·사진현상용으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유독성 화학물질이다.
따라서 1㎏에 0·039이하의 허용기준을 초과하게 되면 인체에 들어가 식도를 훼손하고 위 점막을 자극, 신경 염이나 기관지염 혹은 천식 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우리들은 식탁을 대할 때마다 항상 유해식품에 대한 일종의 공포증을 가져왔다. 농약으로 기른 콩나물이 있는가 하면 불순물을 섞어 짠 참기름, 소금물에 물감을 풀어 만든 간장, 횟가루를 넣은 두부, 톱밥을 섞은 고춧가루 등 일일이 열거하자면 한이 없다.
유해색소가 첨가되거나 너무 오래돼 번질 된 식품도 허다하다. 오늘날의 식문화가 이처럼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을 모두 「산업화」라는 추세에 돌릴 수만은 없는 이유는 충분히 있다. 산업공해를 억제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또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인위적인 공해식품의 생산은 다만 생산자의 양심 회복에 의해서만 그 양질이 가능하다. 몇 푼의 돈을 더 벌기 위해 사람의 몸에 해로운 식품을 만드는 일은 분명히 비인간적이고 반도덕적인 행위임을 생산자 자신들도 갈 알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또 불특정 다수인 에 대한 살인예비 행위나 마찬가지다. 당국은 더욱 철저한 단속은 물론 이들 범법자들을 처벌함에 있어 더 무거운 형별로·다스려 유해식품생산을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유해식품의 성행은 업자는 물론 소비자들의 구매 자세가 이를 조장하기도 한다. 시장에 나와 있는 야생 그대로의 식품보다 다루기가 손쉬운 유가공품을 구입하려는 편의 우선 주의가「빛 좋은 개살구」의 생산을 유도하는 결과를 남고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식으로만 편향하는 소비자들의 구매행위도 각성을 해야겠다. 날카로운 감식안과 투철한 비판의식을 갖춘 무서운 소비자가 되는 길도 악덕 업자를 근절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업자들의 양심회복과 소비자들의 각성, 그리고 당국의 철저한 단속과 엄벌로 문화국가의 수치인 공해식품을 서둘러 우리사회에서 추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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