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증후군' 위장 장애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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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지난 후 피로와 위장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명절에 쌓인 피로 탓에 연휴 뒤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 명절은 언제부턴가 스트레스의 대명사가 됐다. 명절이 지나면 연휴 때 받는 스트레스와 과로·과식 등으로 정신·육체적 이상 증상을 겪는 ‘명절증후군’이 급증한다. 그중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소화불량·변비속쓰림같은 위장 장애다.
 소화기관은 자율신경계에 의해 조절돼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주부 이상희(서울 서초동·40)씨는 명절만 보내고 나면 머리가 아프고 속이 불편한 증상이 나타난다. 평소 아무렇지 않다가 명절만 되면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 그는 “음식을 차리고 치우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데다 식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마찰을 빚기도 해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명절만 되면 각종 집안일 때문에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진다. 명절이 지난 후 속이 갑갑하고 소화가 되지 않는 등 소화장애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이가 많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거나 우울함을 느낄 때, 소화가 되지 않고 변비·설사 증상이 반복해 나타난다면 ‘기능성 위장 장애’를 의심해 봐야한다. 기능성 위장 장애는 우리나라 인구의 10% 이상에서 발병하는 흔한 질환이다.

소화불량·변비·설사 반복 땐 의심을
병원에서는 내시경·초음파·생화학적 검사를 통해 위암·위염·십이지장 궤양 등의 기질적인 원인이 발견되지 않고 3개월 이상 위장 장애 증상이 지속되면 기능성 위장 장애로 진단한다.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심리·정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절 기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중년 여성에게 기능성 위장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기능성 위장 장애는 위장 상복부를 중심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기능성 소화불량과 하부 위장관 증상을 호소하는 과민성 장 증후군이 대표적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의 증상으로는 식사 후 두시간이 지나도 음식물이 위장에 남아 있는것 같은 식후 포만감, 밥을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러 식사할 수 없는 조기 포만감, 속쓰림 등을 들 수 있다. 스트레스·불안·긴장 등이 자율신경계를 자극하면 위의 운동을 방해해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명절 이후에도 스트레스가 지속되거나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배가 아파 화장실을 찾게 된다면 과민성 장 증후군일 수 있다. 과민성 장 증후군은 스트레스 상황이나 식사 후에 복통이 발생하지만 배변 후에는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설사나 변비가 나타나기도 하고 배변 후 잔여감이 느껴진다. 위장관은 뇌와 장 신경계가 연결돼 있어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 요인이 생기면 장의 민감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 위·대장센터 심기남 교수는 “집 안 문제와 각종 가사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중년 여성들에게 과민성 장 증후군이 많이 발병한다”며 “명절 이후에도 기능성 위장 장애가 의심되는 증상이 심해지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이어 “증상이 나타나면 과식을 피하고 커피나 탄산음료는 위에 자극을 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며 “가벼운 운동으로 스트레
스를 풀어주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운동은 오히려 소화를 방해하기 때문에 자제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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