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잡으려 일본이 뭉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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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시바(東芝)와 NEC는 9일 액정.PDP TV 등 디지털 가전의 성능을 좌우하는 시스템 LSI(대규모 집적회로)의 제조기술을 공동개발한다고 발표했다. 2000억~3000억 엔에 달하는 거액의 개발.설비투자비를 분담함으로써 자금 면에서 우위에 있는 삼성전자.인텔에 맞서기 위한 것이다.

도시바.NEC는 공동개발 외에도 생산 부문을 포함한 포괄적 제휴도 추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두 회사가 공동개발하는 것은 회로 선의 폭이 45나노(나노는 10억분의 1)m인 최첨단 반도체 LSI의 제조기술이다. 이르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나선다.

양사는 디지털 가전의 소형화와 45나노 LSI의 실용화를 통해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제휴를 통해 NEC가 도시바의 개발 거점에 기술자를 보내 기간기술을 공동개발하게 되며, 그 성과를 두 회사의 공장에서 활용하게 된다. 그동안 두 회사는 메모리 개발 등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현재 대다수 반도체 회사는 선폭 90나노의 제품을 양산 중이며, 최근 인텔.마쓰시타(松下)전기산업 등이 65나노의 생산을 시작했다. 그동안 일본 내에선 45나노 개발과 관련된 투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사가 모여 수탁생산회사를 설립하는 구상이 논의돼 왔다. 그러나 이번 도시바.NEC의 개별제휴 발표로 타사들도 전략을 수정할 전망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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