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방울자매 '큰 방울' 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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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은방울자매의 1980년대 모습. 오른쪽이 고 박애경씨.

"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듯 고운 목소리로 노래하던 은방울자매. 은방울자매의 큰 방울인 박애경(본명 박세말)씨가 위암으로 4일 오후 11시 17분 별세했다. 68세.

박씨는 김향미씨와 1954년 은방울자매를 만들어 '마포종점' '삼천포 아가씨' '쌍고동 우는 항구'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여성 그룹의 대명사가 됐다. 97년 서울 마포구에 '마포종점' 노래비가, 올 초에는 경남 사천 삼천포항에 '삼천포 아가씨'노래비가 세워질 정도로 은방울자매의 노래는 오랫동안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작은 방울 김향미씨가 미국으로 이민간 뒤 은방울자매의 활동은 한동안 중단됐다. 80년 새 멤버 오숙남(58)씨를 영입해 방송.공연 무대에 서는 등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박애경씨의 마지막 무대는 올 5월 8일 어버이날 기념으로 부산 KBS홀에서 열렸던 '그때 그 쇼를 아십니까'. 이 공연을 마지막으로 병세가 악화돼 더 이상 노래할 수 없었다.

작은 방울 오숙남씨는 "고인은 연예인이면서도 가정적이고 정직하고 깨끗한 삶을 살았다"며 "은방울자매란 이름으로 고인과 25년여 동안 함께 활동할 수 있었던 건 더 없는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남편 권혁두씨와 2남(준현.준범)이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이고, 발인은 7일 오전 8시다. 장지는 경기도 안성시 우성공원 묘원. 02-590-2538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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