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공예의 독립은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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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미술협회(이사장 정관모)가 공예(디자인포함)·서예분과를 독립, 예총산하의 단위협회로 만드는 기구개편안을 내놓았다. 이는 공예·서예인구의 증가로 그들의 독자적인 활동을 위해 불가피하게 대두된 분리방안이지만 결코 졸속으로 처리되어서는 안된다. 한국미협은 지금까지 미협의 모든 행사가 회화·조각에 편중되었음을 반성하고 공예·서예가의 아픔을 이해하는데 인색해서는 안될것이다. 역대 미협이사장들도 한결같이 동양화가·서양화가·조각가들이 돌려가면서 했음을 감안할때 그들이 소외감을 갖지않도록 자발적이고 권장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처리해야 될줄안다.
마침 중견서예가들이 모임을 갖고 서예가협회의 독립과 대학에 서예과를 신설해줄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어 미협의 생각과 일치한 점은 다행한 일이다.
국제적인 추세도 미술단체는 회화·조각·판화가 일단을 이루고 다른분야는 별도의 모임을 가지고 있어 미협의 분리안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체조형예술협회는 회화·조각·판화로 조직돼 있고, 일본미술가연맹 정관은 회화·판화·조각만으로 회원조건을 규정하고있다. 뿐만아니라 이름있는 국제전도 모두 회화·판화·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는것을 볼때 한국미협도 한국화·양화·판화·조각·평론등이 주축을 이루는것이 당연하다하겠다.
미협이 처음부터 이렇게 출발했으면 아무린 문제가 없겠지만 22년을 함께 살아오다가 분가하는데는 어려움이 많을것같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필요불가결한 요인을 안고 있음을 인정할때, 오히려 늦은감조차 없지 않다. 사진·건축이 별도의 단체를 만든 선례가 있어 무리는 없을듯하다.
서예는 서울에만 관인학원 1백개소, 신고교습 3백개소, 단체출강 2백개소등 모두 6백개소에서 2천∼3천명을 가르치고 있다.
봄미술대전의 출품자만 보더라도 1전7백명이 넘는것은 서예인구가 많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공예·디자인의 경우도 전국 4년제대학 디자인·공예학과수는 49개로 졸업생수도 2천45명을 헤아리고, 2년제 전문대학 디자인·공예학과수는 72개로 졸업생이 4천9백80명에 이른다.
미협에 등록된 서예단체는 9개( 3 백 94명 ), 공예·디자인은 5개(5백 43명 )다.
이처럼 서예·디자인·공예 인구는 독립하기에 충분하다.
서예·공예분파가 독립되면 이분야의 특성에 맞는 활동을 활발히 벌여 획기적인 발전이 기대될뿐아니라 서예·공예인의 단결이 촉구되고 활발한 창작의욕도 나옴직하다. 지금까지 미협이 회학·조각을 위해서만 99%의 예산을 집행했음을 볼때 서예·공예의·독립은 더부살이를 벗어나 자기사업을 할수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려나 미협은 아무리 장점이 많은 서예·공예의 독립이라 할지라도 협회의 정관개정작업을 통해 문공부가 「서예가협회」 「공예·디자인협회」를 사단법인체로 승인, 예총에 가입되도록 적극 도와야 할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서예·공예가 독립되었을 경우 문예지원금의 적극적인 지원대책이다. 그래야만 신설협회로서 사업을 활발히 펴나갈수 있기때문이다. 디자인·공예쪽은 독립의견이 엇갈리고있다. 산업디자인쪽은 찬성의 입장을, 순수공예쪽은 반대의견이어서 통일된 안을 만드는게 선결문제다.
서예·공예가 독립될경우, 봄미술대전은 열 필요가 없어진다. 「서예가협회」 「공예·디자인협회」가 주관하는 별도의 공모전·초대전이 이루어져 독립된 서예·공예의 잔치가 열릴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가장 큰문제는 한국미협이 미술대전의 큰행사를 맡을수 있겠는가다. 현재의 진단으로는 한국미협이 한국화·양화·조각 3개부문만이면 별 어려움없이 치를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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