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술·사진으로 예술이 된 산업화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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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기암괴석 어우러진 절경이 아니라 산업화의 풍경이 최근 국내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미감의 변화다. 미술·영화를 모두 공부한 박경근(37) 감독은 포스코와 울산 현대중공업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철의 꿈’으로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와 뉴욕현대미술관에 초청됐다. 한국이 산업사회로 진입하던 시절을 지배했던 물신으로서 철의 이미지를, 고래를 신격화 했던 반구대 암각화 유적과 중첩시킨 작품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사진가 장태원(39)은 국내외 버려진 산업 시설들을 찾아다니며 카메라에 담는다. 그의 사진집은 지난해 세계적 아트북 출판사인 독일 핫제칸츠에서 출간됐다. 그가 이 같은 소재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강원도의 시멘트 회사에 다녔던 아버지다. 직접 산업 현장을 경험한 조춘만의 다음 세대인 셈이다. 사진 심리학자 신수진 연세대 교수는 “산업화의 풍경이 또다른 전통이 되고 있다”며 “예술가와 관객은 현대 인간의 삶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 이 현장을 미적으로 관조할 만한 거리를 확보했다”고 평했다.

 조각가 정현(59)은 포스코에서 10년 가까이 사용된 16t 파쇄공을 가져다 지난해 전시장에 설치했다. 석유 부산물인 콜타르로 그림도 그렸다. 산업화의 부산물을 사용한 그의 전시는 평단의 호평뿐 아니라 판매에서도 호조를 보였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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