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순위 싸움 ‘수입 대포’만 바라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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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번 시즌 프로배구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화려한 공격 배구가 펼쳐지고 있다. 대신 국내 공격수들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프로배구에서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아지는 반면 국내 선수 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한국전력 쥬리치(왼쪽)가 지난달 21일 현대캐피탈의 블로킹을 피해 강타를 날리고 있다. [뉴시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 레오(25·쿠바)는 1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33점을 올렸다. OK저축은행의 주포 시몬(28·28점)과의 대결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덕분에 삼성화재는 3-0으로 승리하며 2위 OK저축은행과의 승점차를 7점까지 벌렸다. 이날 레오는 팀 공격의 63%를 책임졌다.

 9일 기준으로 남자부 외국인 선수의 공격 점유율(45.11%)은 지난 시즌(41.71%)에 비해 3%포인트 이상 올랐다. 기량 미달과 부상 등으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를 빼면 50%가 넘는다. 레오(61.19%)와 시몬(50.30%)의 의존도는 특히 높다. 여자 팀들은 공격의 절반(49.34%)을 외국인 선수에게 기댄다. 팀당 6~9경기를 남겨둔 순위 다툼도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때문에 각 팀들은 체력 안배나 공격의 다양성을 제쳐 두고 확률 높은 공격에만 매달리고 있다.

 삼성화재가 레오를 앞세워 ‘몰빵 배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주전 라이트 공격수 박철우(32)가 시즌 중 군입대했고, 김명진(24)도 급성 허리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세터 황동일(29)을 라이트에 기용할 정도다. 신치용(60) 삼성화재 감독은 10일 경기가 끝난 뒤 “정규시즌 우승에 50% 정도 접근했다”고 말했다. 공격을 홀로 책임지고 있는 레오의 체력은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에 신 감독도 아직 안심하진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과 플레이오프 진출을 다투고 있는 4위 대한항공은 주포 산체스(29)의 부상이 고민이다. 지난 5일 산체스가 안산 OK저축은행전에서 허리 통증으로 교체되자 대한항공은 1-3으로 패했다. 8일 현대캐피탈전에서 산체스가 결장하면서 0-3으로 완패했다.

 반면 신영철(51) 한국전력 감독은 맘 잡은 쥬리치(26) 덕분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시즌 내내 어깨·무릎·허리 통증을 호소했던 쥬리치가 살아나며 최근 7연승을 달리고 있다. 신 감독이 쥬리치에게 쓴소리도 하고, 따로 식사도 함께 하면서 달랜 결과였다.

 여자부 기업은행 데스티니(28)는 지난달 14일 인삼공사전에서 오른 발목이 뒤틀리는 큰 부상을 당했다. 데스티니가 빠진 자리를 김희진(24)이 완벽하게 메웠지만 9일 데스티니의 복귀전에서 기업은행은 흥국생명에 1-3으로 졌다. 데스티니는 부상 여파 때문에 5득점에 그쳤고, 김희진의 위력도 반감됐다.

 4위 흥국생명은 3라운드에서 외국인 선수 루크(27)의 공격성공률이 37%대까지 떨어지면서 선두 경쟁에서 밀려났다. 5라운드에서 루크가 살아나자 이재영(19) 등도 덩달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흥국생명은 최근 5경기에서 3승 2패로 선전하고 있다.

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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