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날 반퇴세대 … 2050년 되면 노인 41% 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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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공모(82·부산시) 할머니는 초등학교 스쿨존에서 교통정리를 한다. 지난 2년 동안 겨울을 뺀 3월부터 11월까지 한결같이 일했다. 공 할머니에겐 이 일이 직업과 다름없다. 하루 3시간씩, 한 달에 12번 일하면 수당 20만원이 나온다. 용돈 하기도 빠듯한 액수지만 교통정리 참여 신청을 받는 지역 노인회엔 희망자가 넘친다. 공 할머니는 “주변을 살펴보면 일자리 찾는 노인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전문적 분야 일자리 확대를”

 공 할머니처럼 취업 전선에 나서는 노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3일 발표한 ‘초저출산·초고령사회의 위험과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33.1%였던 노인(65세 이상) 고용률은 계속 증가해 2050년엔 40.8%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금으로부터 35년 뒤엔 노인 다섯 명 중 두 명이 일을 하는 셈이다. 일하는 노인의 수도 2050년 734만 명으로 2010년(181만 명)의 네 배 이상 될 전망이다.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는 건 평균 수명 증가로 노후 생활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 수명은 2002년 77.2세에서 2020년 82.5세로 훌쩍 뛰어오른다. 하지만 노인 빈곤율은 47.2%(2010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이 때문에 은퇴를 하더라도 다시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반퇴’ 현상이 일반화됐다.

 노인들이 앞다퉈 팔을 걷어붙이고 있으나 노동의 질은 열악하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경제활동에 참가한 노인 가운데 60.6%가 임시직 종사자였다. 일하는 직종도 한정돼 있다. 지난해 일하는 노인의 42.6%는 농림어업 종사자, 21%는 단순 노무직 종사자였다. 사무직이나 전문직 종사자는 3% 미만으로 조사됐다.

 강은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인들을 위해 유연하게 시간제로 근무할 수 있는 일터가 많아져야 한다. 청소나 경비 등에 집중된 일자리도 좀 더 전문화된 분야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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