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안 부럽네, 김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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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은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치르고 있다. 지난달 14일 흥국생명전에서 데스티니(28·1m93㎝)가 발목을 다쳤다. 그러나 데스티니의 부상은 기업은행에 새로운 희망을 선물했다. 공격수 김희진(23·1m85㎝·사진)의 잠재력을 확인한 것이다.

 김희진은 지난 2일 도로공사전에서 센터 대신 라이트로 나섰다. 센터는 블로킹과 속공에 초점을 맞춰서 공격 횟수가 많지 않다. 라이트는 공격에 전념하는 위치다. 키가 크면서도 순발력이 있는 김희진은 센터와 라이트를 모두 소화할 수 있지만 외국인 선수에게 라이트를 내주고 주로 센터로 뛰었다. 데스티니의 부상 후 김희진은 라이트를 맡게 됐다.

 결과는 대성공. 이전까지 팀 공격의 약 20%를 맡았던 김희진은 도로공사전에서 절반 이상(52.6%)을 책임졌다. 성공률(38.3%)은 시즌 평균(38.2%) 수준을 유지했다. 개인 최다인 35득점. 상대 외국인 선수 니콜(43점)보다 득점은 적었지만 후위공격 성공률(40.7%)은 더 높았다. 김희진은 “(힘들어서) 쓰러질 뻔 했다”면서도 “지금까지 내가 한 경기 중에서 최고”라며 미소지었다.

 내년부터 여자부는 외국인 선수를 자유계약이 아닌 트라이아웃으로 뽑는다. 대학을 졸업한 지 3년 이내의 선수만 신청할 수 있고, 연봉상한선도 28만 달러에서 15만 달러로 낮아진다. 지금처럼 뛰어난 선수들을 뽑을 수 없어 토종 거포들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희진의 라이트 이동은 대표팀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내년 올림픽에서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대표팀엔 김연경(27·페네르바체·1m92㎝)이란 걸출한 레프트가 있지만 라이트가 마땅치 않다. 김희진이 성장한다면 소속팀과 대표팀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삼성화재 레오 54점 폭발=3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선 삼성화재가 54점을 기록한 레오(25)의 활약으로 LIG손해보험을 3-2로 이겼다. 레오는 지난해 1월 대한항공전에서 기록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과 타이를 이뤘다. 20승6패(승점 59)를 기록한 선두 삼성화재는 2위 OK저축은행과의 승점차를 5점으로 벌렸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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