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연설 못하고 예비후보제도 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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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농·수·축협과 산림조합 조합장 선거에서 금품이 오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후보자들과 유권자인 조합원들이 바로잡아야 할 과제다. 하지만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 좋은농협만들기 전국운동본부 박진도 상임공동대표는 “후보자들이 합동토론회·정책설명회를 할 수 없도록 막아 놓은 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올해부터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치르도록 법을 만들면서 후보자들이 연설이나 토론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자기편을 연설회장에 동원하는 등 부작용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가 얼굴을 알릴 방법은 조합원 집집마다 찾아다니는 것밖에 없다.

 김현권 경북 의성한우협회장은 “후보자가 마을을 잘 아는 ‘면(面)책, 동(洞)책을 내세워 조합원 집을 찾아가서는 몰래 금품을 전하는 게 현실”이라며 “오히려 이런 호별 방문을 막고 조합원들이 한데 모여 후보들 식견과 정책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연설회·토론회는 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전체가 투표하는 직선제가 아니라 대의원 수십 명이 조합장을 뽑는 간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종익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교수는 “조합이 주는 선물 등에만 관심 있는 조합원들이 모두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자기 고장의 농업이 어떻게 해야 발전할지 고민하는 이들이 조합장을 뽑도록 하면 금권선거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농협이 직선제를 채택한 나라는 거의 없다. 이웃 일본을 비롯해 농업이 발달한 덴마크·네덜란드·뉴질랜드 등이 모두 간선제를 택하고 있다. 한국은 1989년 조합장을 임명제에서 선출제로 바꾸면서 당시 불어닥친 민주화 바람에 맞춰 직선제를 채택했다.

◆특별취재팀=위성욱(팀장)·최경호·신진호·임명수·김윤호·김기환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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