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행복은 나와 너 사이에 … 나누고 베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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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그래도 살 만한 인생
크리스토퍼 피터슨 지음
김고명 옮김, 중앙북스
362쪽, 1만5000원

“나는 내가 NBA에서 뛰게 될 가능성, 노벨상을 타게 될 가능성, 앤젤리나 졸리에게 입양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모든 사람이 절대 실현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리라는 기대로 살아간다면 세상이 폭삭 주저앉을 것이다.”

 평생을 심리학, 그것도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을 연구한 학자가 써내려간 이런 문장에는 슬그머니 웃음을 짓게 하는 힘이 있다.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 급부상한 이 새로운 심리학은 자칫 낙관의 힘을 맹신하는 주문처럼, 긍정적·적극적 사고로 무장하면 행복이든 성공이든 만사형통이라는 신앙처럼 오해되곤 하기 때문이다.

 이 학자는 실은 마틴 셀리그만과 더불어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책에 실린 짧은 글 100편에서 지나친 단순화, 편향된 해석, 만병통치약 같은 선전을 두루 경계한다. 균형 잡힌 시각에서 긍정심리학의 면모와 여러 연구성과를 전한다. 일상에 도움이 될법한 실용적 조언도 풍부하게 들려준다.

 그에 따르면 ‘무엇이 인생을 가장 살맛 나게 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게 긍정심리학이다. 행복하게 사는 법, 혹은 저자의 표현을 빌면 ‘좋은 삶’을 사는 법은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기본이다. 다만 모든 배움이 그렇듯, 이 경우도 수고가 필요하다. ‘행복에 지름길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요소로 타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나눔·봉사·격려·공동체 등에 방점을 찍는 점이다. 개인에만 초점을 맞춘 행복론이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일례로 저자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도 있다’고 감히 말한다. ‘타인을 위해 지출한다면’이라는 전제에서다. 도덕적 당위론이 아니라 연구자들의 과학적 실험에 근거한 주장이다.

 행복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답변에도 일관된 시각이 드러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은 마음 속 어딘가가 아니다. 지도 위의 어딘가도 아니다. 그곳은 나와 너 사이의 공간이고 우리가 그 공간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그 공간을 더 편히 여길수록 행복도 더 커진다.”

 저자는 3년 전, 62세로 세상을 떠났다. 행간에 넘치는 따뜻한 유머와 열정으로 추측하건대, ‘좋은 삶’을 위한 그의 평생학습에 성적을 매긴다면 A학점은 너끈할 듯하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S BOX] 행복, 직장동료 사이엔 전염이 안 된대요

이 책에는 행복의 전염성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소개된다. 배우자나 가까이 사는 친구가 행복해지면 연구 대상자들도 행복해지지만, 직장동료나 멀리 사는 친구와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직장동료 사이에 행복이 전염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어쩌면 우리는 그들을 경쟁자, 혹은 사무실 비품쯤으로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직장생활과 관련한 또 다른 글에서 그는 로버트 서튼의 『또라이 제로 조직』을 주목한다. 여기서 ‘또라이’란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자꾸 못살게 구는 인간들이다. 가까이 있으면 고달픈 건 당연지사. 이런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저자는 서튼의 조언을 인용한다. 일단 ‘열정을 줄이고 회사와 더 거리를 두라’, 또라이를 대할 때는 ‘항상 침착함, 존중심, 심지어 친절함을 보이라’는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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