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김포에 중산층 임대주택 … 대기업이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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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장기임대주택 1만여 가구를 지을 후보지로 김포 한강지구와 화성 동탄2지구, 위례신도시, 용인 동백·죽전지구 등이 선정됐다. 모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하고 있는 택지로 4~9월 임대주택 건설을 희망하는 사업자에 분양할 예정이다. 그러나 서울 접근성이 기대에 못 미치고 규모가 작은 곳도 여럿 포함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명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대형건설사의 참여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국토교통부가 29일 공개한 중산층 장기임대주택용 택지는 13개 지구 24개 블록으로 아파트 7425가구, 연립주택 2612가구 등 총 1만37가구를 지을 수 있는 땅이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김포 한강지구로 아파트와 연립주택 3391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화성 동탄2지구엔 아파트 1747가구, 충북 혁신도시(충북 진천·음성)엔 아파트 1340가구가 건설될 전망이다. 화성 향남2지구(아파트 897가구)와 수원 호매실지구(아파트 800가구), 위례신도시(연립주택 360가구)도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에 선정된 택지를 분양받는 사업자엔 분양대금 납부를 1~5년간 무이자로 나눠 낼 수 있게 해주기로 했다. 또 4월에 1차 공모를 하는 택지에 임대주택을 짓는 기업엔 국민주택기금이 사업비의 절반을 출자하기로 했다. 임대주택을 지어서 수익을 얻으려는 기업의 자금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취지에서다.

 법적인 뒷받침도 이뤄진다. 국토부에 따르면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을 키우기 위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30일 대표 발의한다.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자가 8년 이상 장기임대주택을 300가구 이상 건설할 때는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더라도 공공임대주택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현재는 국민주택기금이 들어가면 무조건 공공임대주택으로 분류돼 입주자 자격이나 최초 임대료 등이 제한된다. ‘뉴스테이’라고 이름 붙은 중산층 장기임대주택 구상은 지난 13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개됐다. 서울을 기준으로 월 80만~100만원 정도의 월세를 내고 분양주택과 비슷한 임대주택에서 최장 8년 동안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중산층 임대주택은 올해 정부가 추진하는 대표적 사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건설업계에선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업형 임대주택을 육성하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택지엔 소형주택을 지어야 임대가 가능할 것 같다. 중산층용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대기업이 참여하려면 규모가 최소 600가구 이상은 돼야 한다. 연립주택용지는 중소기업체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애초 기획과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은 대부분 땅값에 관심을 보였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동탄2지구와 한강지구, 별내지구의 택지는 땅값만 맞는다면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산업단지 인근에 있는 곳은 임대수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새 임대주택의 품질 수준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사업성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토부는 다음달 9일 뉴스테이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희망 사업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해 4월에 1차 공모 대상 부지를 확정할 예정이다.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건설사 등이 당장 중산층 임대주택을 지을 땅을 확보할 수 없으니 공공기관이 가진 땅을 먼저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적합한 부지를 구하면 정부도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원배 기자,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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