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호주제 폐지 추진 어떻게 보나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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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혼 자녀의 불이익은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성은 혈통을 보존하는 데 존재 이유가 있다. 형제자매 간에 성이 달라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인간이 아닌 짐승의 사회다. 일부의 불편을 보편화해 모든 것을 바꿔서야 되겠는가. 개혁도 좋지만 개악이 되어서는 안된다. 호주제를 폐지하는 것은 인륜 파괴 행위며 조상도 씨족도 전통도 송두리째 짓밟는 쿠데타적 발상이다.

▶호주제를 폐지해야만 남녀평등이 이뤄지는 것인가. 부분적으로 설득력은 있으나 폐지에 따른 사회적 혼란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가정과 사회의 근간이 되어온 호주제를 손대는 일은 연습삼아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일부의 목소리가 너무 큰 것 같다. 국민투표라도 해서 결정할 중대사다.

▶문제되는 곳을 수정.보완하면 될 일이다. 예를 들어 어머니나 할머니를 제쳐놓고 아들이나 손자가 호주를 승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런 부분은 고쳐야 한다. 그러나 호주제를 완전히 없애자는 주장엔 반대한다. 이혼 자녀가 많다고 법을 고친다면 불편하다고 교통법규를 지키지 말자고 하거나 아예 없애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안없는 호주제 폐지에 반대한다. 호주제 폐지는 동성동본 금혼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게 뻔하다. 폐지론자들은 가족부나 1인1호적부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주민등록초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므로 유명무실하다.

▶형제자매 간에 성이 다를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특히 재혼 여성의 자녀는 성을 여러번 바꿔야 하는 불행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불의의 사고로 친부가 사망했을 때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성을 변경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