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조금 더 할 일 남아" … 교체 다소 늦어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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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혁신 관련 정부 업무 보고에 참석한 김기춘 비서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청와대의 인사 발표를 대상이나 시기 면에서 모두 “깜짝 카드”라고 말했다. 일단 “아무리 일러도 1월 말~2월 초께”라던 관측을 깨고 금요일인 23일 오전에 발표돼서다. 또 “새 총리 지명은 5월께”란 예측도 빗나갔다. 김무성 대표도 청와대 발표 뒤 “이완구 원내대표가 언젠간 총리로 차출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공무원연금 개혁 등이 마무리된 4월 이후일 줄 알았다”고 놀라워했다.

 새해 첫 인선 발표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화제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 조직 개편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래서 (김 실장이) 조금 더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조직 개편 등이 마무리되면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뉘앙스였다. 이처럼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실장의 거취에 대해 ‘일단 잔류’란 표현을 썼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교체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할지에 대해선 누구도 확실하게 설명을 못했다.

 현재로선 청와대 개편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선 김 실장의 유임 기간이 꽤 길어질 것이란 전망도 하고 있다. ‘이완구 총리 카드’를 꺼낸 마당에 박 대통령이 여론을 좀 더 살피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청와대 내에서 “김 실장만 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대안부재론’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유임 기간이 길 것이란 관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 사정과 상관없이 새누리당에선 김 실장의 후임으로 현경대·홍사덕 전 의원과 권영세 주중 대사, 허남식 전 부산시장 등이 꾸준히 거론된다.

 ‘정윤회 문건’ 논란의 중심에 있던 핵심 비서관 3인은 수평이동으로 정리됐다.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자리는 옮기지 않되 인사위원회 참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인사 개입 시비를 없애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안봉근 비서관은 제2부속비서관실이 없어지면서 홍보수석 산하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일정을 담당하던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은 그 자리에 남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조사 결과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청와대에서 내보낼 수는 없다. 다만 여론을 감안해 업무만 조정했다”고 말했다. 인사 개입 의혹을 받았던 이 비서관과 안 비서관에 대해 재신임을 하되 ‘힘’을 빼기로 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여권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17년여간 이어온 업무 방식을 결국 버리지 못한 것”이라며 “중요한 건 이들이 어떤 업무를 맡느냐가 아니라 대통령이 여전히 이들을 가까이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총리 후보자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낸 반면 청와대 개편에 대해 비판 수위를 잔뜩 끌어올린 건 그 때문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청와대의 인사 발표 직후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인사 조치가 분명하게 이뤄지지 않아 매우 실망스럽다”며 “국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이들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기자실인 춘추관 관장(비서관급)에 전광삼 선임행정관을, 공석이던 인사혁신비서관에는 김승호 인사혁신처 차장을 내정했다. 대통령 취임 이래 2년여간 재직했던 최상화 춘추관장은 출입기자들에게 고별의 편지를 보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도와달라”고 했다.

이가영·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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