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 경찰, 흑인 폭행 파문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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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PTN이 촬영한 뉴올리언스 경찰의 흑인 폭행 장면. [뉴올리언스 AP=연합뉴스]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백인 경찰들이 64세 흑인을 피가 나도록 폭행해 흑인사회가 또 들썩거리고 있다.

8일 밤 뉴올리언스 프렌치쿼터의 한 술집 앞에 서 있던 전직 초등교사 로버트 데이비스는 갑자기 달려든 경찰 네 명에게 머리를 얻어맞았다. 경찰은 "왜 때리느냐"고 저항하는 데이비스를 강제로 무릎 꿇리고 몇 차례 더 폭행했다. 데이비스의 머리는 땅에 처박혔으며, 오른쪽 눈은 심하게 부어올랐다.

이 광경을 본 AP통신의 TV 자회사인 APTN 프로듀서가 촬영했다. 경찰은 데이비스가 공공 장소에서 만취해 있었고 체포에 반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데이비스는 "25년 동안 한 번도 술을 입에 댄 적 없고, 사건 당일은 담배를 사러 나갔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APTN이 찍은 구타 장면이 미 전역에 보도되자 당국은 폭행한 경찰 세 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내년 1월 법정에 출두하는 조건으로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그러나 흑인들은 잔뜩 화가 나 있다. 카트리나 늑장 대응만으론 부족해 무고한 흑인을 또 구타하느냐는 반응이다. AP통신도 "카트리나 때 부상했던 흑백 차별 논란이 이번 사건으로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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