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수습하려면 소급 적용뿐" 새누리, 정부 반대에도 밀어붙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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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가 드문 ‘연말정산 소급분 환급’ 결정은 새누리당이 정부를 ‘압박’한 결과였다. 성난 민심 때문이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여론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소급 적용’이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21일 당정 협의에서 연말정산 보완책이 결정되기까지 지난 며칠간 새누리당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당은 ‘13월의 세금폭탄’ 논란에 “정부의 홍보가 부족해 생긴 오해다. 정책 방향은 옳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지역을 다녀온 의원들 사이에 “여론이 흉흉하다. 민심 이반 정도가 심각하다”는 얘기들이 쏟아졌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주말 이 같은 여론을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전하고, 연말정산 문제에 관한 비공개 보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직접 나선 정부의 사과, 대책 발표에도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김 대표는 ‘소급 적용’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20일 오후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함께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을 불러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소급 적용을 포함해 몇 가지 대안이 논의됐는데 정부 측은 “소급 적용은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소급분 환급 외에는 민심을 달랠 방안이 없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정부 측을 압박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당정 협의가 성사됐고, 소급분 환급 결정이 이뤄졌다.

 당내에 반대가 없었던 건 아니다. 당정 협의를 앞둔 21일 오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연말정산제도 개편은 조세제도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을 위해, 국민을 위해 한 것이다. 증세 논란은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세금을 더 내는 국민은 이걸 증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며 잘랐다.

 청와대도 새누리당이 소급 적용을 밀어붙이자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부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보완대책이 마련된 것으로 아는데 여야가 잘 논의해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이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 것이다.

 여야는 3월 말께 기재부가 연말정산 결과 분석자료를 내놓으면 소득세법의 개정 방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이어 4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상정해 본회의 처리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도 당정 협의 결과에 신속히 대응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소급 적용을 포함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조세정책 전반에 대한 국회 차원의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세금 환급에 따른 세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경환 부총리 등 책임 있는 당국자들에 대한 문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가영·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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