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이 경제 효과에서 포르투갈을 앞선다고?

중앙일보

입력

'페이스북의 경제적 가치가 포르투갈 국내총생산(GDP)보다 크다?'

14억명이 사용하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의 경제적 가치가 무려 237조원에 달한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가 이번 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할 이 보고서에는 페이스북이 내는 경제적 효과가 2279억 달러(약 237조8000억원)이며 세계적으로 4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페이스북의 의뢰를 받아 작성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시간)보고서 원문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링크시켰다. 지역별로 산출한 경제적 가치를 보면 북미 1040억 달러, 중남미 210억 달러, 유럽·중동·아프리카 670억 달러, 아시아 태평양 350억 달러로 각각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로 페이스북의 경제적 가치가 2279억 달러나 되는지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지난해 페이스북의 매출이 120억 달러(약 13조400억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경제 효과를 19배나 높게 잡은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고서가 주장하는 페이스북의 경제효과가 2013년도 기준 포르투갈의 국내총생산(GDP)인 2190억 달러보다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는 2014년 명목기준 GDP가 2000억 달러대인 아일랜드나 뉴질랜드와 맞먹는 수치다.

산출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페이스북의 경제적 효과를 산출하기 위해 딜로이트는 전 세계 휴대전화 판매량의 16%는 페이스북 덕에 팔린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16%라는 수치는 유럽의 한 연구에서 응답자의 16%가 "소셜 미디어 없이는 못 산다"고 말한 것을 근거로 해 설득력이 떨어진다.

로저 놀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이 휴대전화 판매를 유도한다는 전제에 대해 "페이스북을 하는 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효과(effect)이지 원인(cause)이 아니다" 라며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한 연구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딜로이트는 또 페이스북의 게시물에 붙는 '좋아요' 버튼 하나하나에 가치를 매겼으며 페이스북을 통해 파티 등 각종 이벤트가 열리는 것에도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좋아요' 버튼 하나의 가치를 얼마로 평가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타일러 코웬 조지 메이슨대 교수는 "페이스북의 경제적 효과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보고서에 제시된 만큼은 아니다. 그렇게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지도 못한다" 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이 일자 샌드버그 COO는 "어떤 지역에선 페이스북과 인터넷을 혼동하는 소비자도 있다. 일부 개발도상국에선 사람들이 휴대전화 대리점에 가서 (휴대전화가 아니라) 페이스북을 원한다고 말한다" 며 보고서가 아주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고 응수했다. 샌드버그 COO는 페이스북의 경제 효과를 분석한 이유에 대해 "페이스북이 전통 산업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와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어서다" 며 "기술 기반 산업에 우호적인 정책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고 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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