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243개 고교 간 내신성적 편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으로 20일 분석됐다. 올해 고2가 되는 전체 학생의 지난해(고1) 1학기 성적 중 국어·영어·수학·한국사 과목 내신성적을 학교별로 비교한 결과다. 특수목적고(외국어고)인 대원외고는 국어 과목에서 전체 학생의 96.2%가 A등급(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받은 반면 일반고인 창덕여고에서는 단 한 명도 A등급을 받지 못했다. 내신성적은 절대평가에 의해 5단계(A~E등급)로 매겼다. ‘학교알리미’ 사이트에 공시된 내용을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취합해 분석했다.
수학 과목에서 양정고(자율형 사립고)의 A등급 비율이 90.5%로 가장 높았고, 일반고인 혜성여고가 0.4%로 가장 낮았다. 영어는 대원외고가 86.5%로 최고를, 용화여고가 1.3%로 최저 비율을 기록했다.
특목고(외고·과학고)·자사고·일반고 등 학교 유형별로 비교한 A등급 비율은 특목고가 가장 높았다. A등급 비율이 국어 44.4%, 수학 34.1%, 영어 40.9%였다. 이어 자사고·일반고·자율형 공립고 순이었다. 이화외고 한현수 교장은 “특목고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A등급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온호 창덕여고 교장은 “일부러 어렵게 낸 건 아니다. 대입에 절대평가를 적용하면 A등급 비율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훈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절대평가에서 A등급이 몇 %여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학교 간 A등급 비율이 수십~수백 배까지 차이 나는 건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준엽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는 “절대평가를 정착시키려면 교사들이 적절한 학업성취도 기준에 따라 문제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대입에서 올해 고2 학생들의 내신 성적은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로 산출된다. 다만 이번 분석 결과로 각 학교가 학교 시험을 얼마나 어렵게 출제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고교 내신을 절대평가제로 산정한다면 ‘성적 부풀리기’가 예상된다. 대학이 고교 내신을 검증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입시 성적을 기준으로 고교를 줄 세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천인성·김기환 기자
◆절대평가제=2014학년도부터 고교 내신에 도입됐다. 등수에 따라 학생을 줄 세우는 대신 학생이 일정 학업 수준에 도달했는지 평가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대입에선 2019학년도까지 절대평가제가 아닌 상대평가제로 내신성적을 산정한다. 올해 중2가 대학에 들어가는 2020학년도 이후 절대평가제 도입 여부는 연내에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