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4만원 벌어 세금으로 3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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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전 7시. 김 차장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한다. 비누.샴푸.치약.칫솔.면도기.수건.화장품에 10%씩 붙어있는 부가가치세를 매일 20 ~ 30원씩 내면서 '세금 일과'가 시작된다.

오전 8시. 최근 구입한 배기량 2400㏄짜리 중형차로 출근하면서 자동차세 1848원(교육세 426원 포함)을 납부한다. 이 차를 살 때 납부한 특소세.취득세.등록세는 5년간 보유한다고 가정하니 하루 3609원이다. 매일 5457원씩 꼬박꼬박 나가는 셈이다.

차는 달릴 때 휘발유, 아니 세금을 태운다. 소비자가격의 61%가 세금이다. 휘발유 1ℓ에는 교통세 535원, 교육세 80원, 주행세 128원, 부가세 등 880원이 붙는다. 김 차장은 하루 53.3km(국내 승용차 보유자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를 달리며 4.4ℓ의 휘발유를 소모하는 사이 세금으로 3861원을 납부했다.

오전 8시40분. 사무실 부근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며 오늘 할 일을 챙겨본다. 커피 영수증에 찍힌 부가세가 330원. 2500원짜리 담배에 붙는 세금(공과금 포함)은 담배소비세 641원, 교육세 321원, 부가세 250원, 국민건강증진기금 254원, 폐기물부담금 7원, 연초경작농민안정기금 15원 등 1588원이다. 담배 한 개비에 80원꼴이다. 올해 말 500원을 더 올리는 법안이 통과되면 한 갑에 2000원이 넘는 세금 및 공과금이 붙을 전망이다.

낮 12시. 5000원짜리 김치찌개 백반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식사 값에 포함된 부가세는 500원.

오후 2시. 출장을 다녀오느라 미처 보지 못한 월급 명세표를 확인해 보니 곳곳에 세금이다. 연봉 5000만원인 김 차장은 매일 근로소득세 9958원, 주민세 995원 등 1만953원을 낸다.

오후 9시.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늦어진 퇴근 길에 직장 동료와 가볍게 맥주(500㎖) 두 병을 안주 곁들여 마셨다. 맥주 한 병에 붙는 세금은 주세 378.99원 등 584원이므로 김 차장은 1168원을 세금으로 납부했다. 술집 주인이 내민 계산서에도 부가세 2000원이 어김없이 붙어 있다.

자정 귀가. 기준시가 4억원짜리 아파트의 하루 재산세를 계산해보니 2027원. 이 밖에도 재산세액의 20%인 지방교육세(405원)와 재산세과표의 0.15%인 도시계획세(822원), 공동시설세(287원) 등으로 1514원을 더 낸다. 내년부터는 전용면적 25.7평 이상의 아파트 관리비에 부가세가 하루 137원(연간 5만원)가량 붙을 전망이다. 내년에 아파트 기준시가가 6억원을 넘어서 종합부동산세까지 물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잠을 청한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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