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인도 잠수함 사업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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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인도 해군의 잠수함 전력증강 사업에 진출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인도의 조선소 HSL(힌두스탄 십야드 리미티드)과 잠수함 건조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HSL은 인도 해군이 발주한 6척의 잠수함 수주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에 도움을 요청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HSL이 인도 최대 조선 업체여서 수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전략물자인 잠수함 건조는 HSL의 현지 조선소에서 맡고, 현대중공업은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인력을 파견해 기술을 지도하는 방식으로 협력이 이뤄질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이 사업에 6000억 루피(약 10조4760억원)를 투자한다. 이외에도 현재 인도 정부는 잠수함 전력 증강을 위한 40년짜리 중장기 계획을 세워놓고 추진 중이다.

 HSL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중공업이 세계 제일의 조선 업체란 명성에 걸맞은 기술과 장비를 우리에게 제공할 것”이며 “현대중공업도 인도라는 잠재력 있는 시장에 부쩍 다가설 수 있게 된 만큼 이번 협업은 한마디로 윈-윈”이라고 반겼다.

 최근 극심한 수주 부진을 겪었던 현대중공업으로서도 이번 사업을 통해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잠수함에 장착되는 배터리 역시 국내 업체인 코캄과 기술제휴를 통해 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우리 업체들에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꼽은 ‘방위산업 수출 10대 유망 국가’ 중 인도는 미국에 이어 2위에 랭크됐다. 인도의 무기수입도 꾸준히 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인도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무기수입액이 29.3%씩 증가했다. 수입 규모 역시 세계 1위다. 산업경제원 측은 “인도는 노후 장비의 현대화 계획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총 769억 달러(약 82조8674억원)를 무기구매에 쓸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의 잠수함과 곡사포, 레이더 같은 무기류는 가격 경쟁력 등 비교우위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사실 인도의 해군력 증강은 생존의 문제다. 해상 전력을 꾸준히 키워온 중국이 끊임없이 인도양을 넘보고 있어서다. 인도양은 세계 해상 산유량의 80%가 지나는 길목이다. 중국 해군은 지난해 말에도 해적 예방 활동을 구실로 인도양에 자국의 핵추진 잠수함 두 척을 보내 무력시위를 펼친 바 있다. 『제인스 전투함 연감』(2013~2014)에 따르면 중국은 3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비롯해 52척의 잠수함을 운용 중이다. 반면 인도 해군은 현재 2012년부터 러시아로부터 빌려 운용 중인 핵추진 잠수함 1척 외에 구형 디젤 잠수함 14척을 보유한 게 전부다. 그나마도 이들 잠수함 중 절반 이상은 1980년대에 건조된 것들이다. 잠수함 관련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2013년 러시아제 잠수함이 갑작스레 폭발해 침몰하면서 18명의 수병이 숨진 데 이어 지난해에도 훈련 중이던 잠수함에서 원인 모를 연기가 차는 사고가 발생해 장교 2명이 실종됐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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