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일의 시 『가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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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달의 시가운데는 조태일씨의 『가거도』(시집 『가거도』중), 정건부씨의 『여의도』(한국문학), 신달자씨의 『섬』(현대문학), 곽재구씨의 『대신동10』(시집 『사평역에서』중)등이 평론가들의 주목이 되었다.
조태일씨의 『가거도』는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외롭게 떨어져 있는 가거도에서 본 자연과 싸우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시다.
이시에서 드러나는 것은 그들의 끈질긴 삶의 의지다.
「쓸만한 인물들을 역정내며/유배보내기 즐겼던 그때 높으신분들도/이곳까지는 차마 생각못했던,/그러나 우리 한민족 무지렁이들은/가고, 보이니까 가고, 보이니까 또 가서/마침내 살 만한 곳이라고/파도로 성 쌓아…」
잊혀지고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이 고난을 이기며 찾아낸 그삶의 터야말로 우리국토의 어느곳보다 가장 우리국토다운 곳이라는 시인의 감동이 스며있다.
조씨는 이섬에서 이곳 출신으로 4·19때 산화한 한젊은이의 비석이 세워져 있는것을 보고 그들이 우리의 역사에 동참했음을 느낀다. 그것은 「자식 길러 가르치고/배운 자식 뭍으로 보내/나라걱정, 나라위해/목숨도 걸줄아는」에서 보이는것처럼 민중에대한 뿌리깊은 믿음으로 연결된다.
시인이 본 이섬은 또 오직 자연과의 대결만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가장 순수한 사람들만 모여사는 곳이다. 하느님·부처님·공자님·당할아버지까지 한식구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추악한 분열이 없는 곳이다.
정건부씨의 『여의도』는 「여의도의 바람은/직각으로 분다/직각으로 부는 바람속에는 무심코 피는 풀/한포기 자라지 않는다」에서 비정상적인 황폐한, 그래서 오히려 원시에 가까운 비인간화된 도시의 전형을 드러내려한다.
신달자씨의 『섬』은 부대끼는 생활을 떠나 진정한 자신을 찾게된 순간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그것은 진정한 자아를 찾지못한 삶이 썩어가는 것임과 대비된다.
곽재구씨의 『대신동10』은 이시인이 한국적 현실의 상징적인 곳으로 보는 「대신동」에서 진실된 삶의 태도가 버림받았음을, 또 그것에 대한 연민조차 메말라감을 말한다. <도움말 주신분="윤재걸·최동호">

<작가와의 대화>
75년 시집 『국토』를 낸후 8년만에 새시집 『가거도』를 낸 조태일씨를 마포에 있는 그가 운영하는 출판사 「시인」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마음먹고 내놓은 시집의 제목을 생각해내느라 고심했습니다. 「국토」의 이미지와 연결되었으면 했기때문이지요. 솔직이 말해서 「국토」가 빛을 보지못한것은 저의 아픔이 되었고 그래서 이번 시집은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다가 「가거도」가 떠올랐을 때 무릎을 쳤습니다. 그곳이야 말로 우리의 국토가 아니겠습니까.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있는 조그만섬, 그곳에 우리한국인의 삶이 있더란 말입니다.』
지난여름 소설가 이문구 황석영, 시인 이시영씨 등과 함께가서 태풍 「세실」호에 묶여지냈던 10여일동안 느낀 가거도(가거도)의 일을 생각하고 시를 써냈다고한다.
조씨는 「움직이는 시」를 주장한다. 반대되는것은 「괴어있는 시」다.
「이땅에 살아있는 사람의 살아있는 말로 시를 써야한다는 생각입니다. 상상력도 중요하지만 지나치면 현실과 괴리될 뿐이지요. 과거지향적이거나 서구시론을 받아들이는것이 다 우리 현실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모든 동물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듯이 현실과 밀착되면 될수록 싱싱한 시가 나온다는 생각이다. 시는 욕심껏 현실을 수용해야하며 정치 경제 사회를 문학속에 용해시켜야한다는것.
조씨는 그의 우람한 몸집만큼 욕심이 많아서 시쓰는 것만으로는 양이 차지 않아 문학을 한위토양을 만들어내는데도 나서고있다. 그가 내고 있는 무크지 「시인」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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