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 그룹의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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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늘날 재계의 선두로 뛰고있는 기업그룹 중에서도 현대·삼성·럭키금성·대우의 4그룹을 따로 떼어「정상급」이란 별격대우를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4대그룹이다.
매출·자산·업종·순익 등 재계의 실력을 재는 어떠한 자를 대어보아도 이들 4그룹은 다른 기업들을 제치고 뚜렷한 선두그룹을 형성하고있다.
82년을 기준으로 그룹 전체의 매출액이 3조원을 넘는 그룹이들 4그룹 외에 연간매출 4조6천억원 정도인 선경이 하나 더있다.

<총매출액 4조원선>
그러나 선경그룹은 자산규모에 비해 매출액이 엄청나게 큰 유공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자산규모면에서는 이들 4그룹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현대의 지난해 그룹 총매출은 우리재계에선 처음으로 5조원을 훨씬 넘어 6조원선에 육박했고 럭키금성과 삼성그룹의 총매출도 이미 4조원선을 넘어섰다. 대우그룹의 총매출은 약 3조4천억원선.
상위권을 이루고있는 국내 10대 그룹 중 이들 4개 그룹과 선경을 제의한 나머지 5개 그룹의 연간 매출이 모두 2조원선을 넘지 못한 것을 보면 10대 그룹 중에서도 제1군으로 꼽히는 그룹과 제2군으로 꼽히는 그룹간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총자산규모면에서도 이들 4개 그룹은 단연 앞선다. 현대그룹의 총자산은 5조원 가량이며 삼성과 대우그룹의 총자산은 3조5천억원 안팎으로, 럭키 금성그룹의 총자산은 약 3조원 정도로 평가된다. 이들 4그룹 외에 총자산이 2조원을 넘는 그름은 아직 없다.
계열사와 업종면에서도 이들 4그룹은 국내의 다른 그룹들과 구분되는 확연한 선을 긋는다.
대외적으로 22개의 계열회사만을 인정하고 있는 현대그룹과 26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우그룹의 주력은 역시 건설·무역·중공업이다.
현대건설·현대종합상사·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미포조선·인천제철 등 현대그룹 6개 간판회사의 지난해 총매출은 현대그룹 전체매출의 70%를 넘는다.
대우그룹도 그룹 전체매출의 24%정도를 기계·조선·플랜트·자동차 등의 중공업분야가 차지하고 있으며 무역과 건설을 겸하고 있는 (주)대우는 그룹 전체매출의 65%를 차지하고있어 건설·무역·중공업의 비중은 90%에 가깝다.
삼성과 럭키금성 두 그룹은 각각 20개, 21개씩의 계열기업만을 대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현대와 대우그룹처럼 무역·건설·중공업에 치우치지 않고 거의 전업종에 걸쳐 계열사들을 진출시켜놓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건설과 중공업·플랜트업종의 비중은 약12% 정도이고 럭키금성그룹은 그룹 전체매출의 4%정도만을 건설업이 차지하고 있을 뿐 이렇다할 중공업고는 갖고있지 않다. 대신 두 그룹은 전자·전기·반도체·통신 등 첨단업종의 비중이 국내 어떤 그룹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럭키금성그룹의 경우 이 분야에 진출해있는 회사는 금성사·금성통신·금성전선·금성전기·금성계전·금성정밀·금성반도체·신영전기·금성알프스전자 등 9개회사에 이르며 이들이 그룹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른다.

<한국재계흐름 상징>
삼성그룹더 삼성전자·삼성전관·삼성코닝·삼성전자부품·삼성정밀·심상빈도체통신 등 6개회사를 주력업종으로 거느리고있으며 역시 그룹전체매출의 15%정도를 이들 기업들이 차지한다.
삼성과 럭키금성그룹이 오랜 역사와 더불어 각 부문에 걸쳐 꽉 짜여왔다면 현대와 대우그룹은 주력기업 몇몇이 기본골격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호황기의 한판승부엔 현대·대우가, 불황기의 지구전엔 삼성·럭키금성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 4그룹이 올해를 기점으로 전자·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분야에서 맞닥뜨리게 된 것은 그대로 오늘날 한국재계의 새 흐름을 상징한다.
각각 건설과 무역에서 시작하여 70년대를 통해 중공업으로 도약한 현대와 대우그룹 모두 이제는 첨단기술의 기반이 없이는 내일을 내다볼 수 없게 되었고 일찍부터 가전을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에 눈을 떠온 럭키금성과 삼성그룹도 앞으로의 승부를 판가름할 첨단기술산업에 그룹의 두각을 걸고있다.
첨단산업 중에서도 가장 먼저 국내 정상급 4그룹의 각축장이 된 것은 가장 친근하고 유망한 가전·반도체분야다. 전자산업은 이미 지난해 국내총수출의 10·1%, 총제조업생산의 17%, 총고용인구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커졌다.

<총수출의 10% 차지>
이같은 전자산업에 후발로 뛰어든 현대·대우가 걸고있는 기대와 구상은 지금까지 두 그룹이 새로운 업종에 진출할 때와 마찬가지로 대단히 의욕적이다.
올 2월말 자본금 1백억원으로 설립된 현대전자산업은 오는 84년까지 자본금을 2백억원으로 늘리고 84년7월부터 직경 5인치의 웨이퍼를 연산 10만개씩 생산하며 85, 86년에는 그 생산규모를 연산20만개, 87년부터는 연산 30만개씩으로 늘려나간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전자산업이 오는 87년까지 투자할 액수는 모두 1천2백98억원에 달한다.
현대측은 또 가전사업을 전담할 현대전자전기의 설립도 금년 7월부터 본격 추진, 84년 하반기부터 가전제품을 시판하기 시작하여 오는 87년에는 연간 5천7백억원 정도의 보상을 올린다는 계획도 갖고있다.
대한전선의 가전사업부문을 인수, 기존 대우전자의 사업영역을 크게 넓힌 대우그룹 역시 올해부터 당장 가전부문에서 흑자를 내겠다는 계획아래 현재 연산 72만대규모의 컬러TV, 40만대규모의 냉장고, 1백68만대 규모의 카세트 등 가전제품 생산라인을 풀가동시키고있다.

<기존 삼성·럭키 긴장>
또 규모는 작지만 반도체 생산시설을 갖춘 대한전선 중앙연구소를 함께 인수한 대우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짜놓지는 않았지만 외국의 컨설턴트를 불러 경영진단을 받는 등 준비를 진행시키고 있다.
현대와 대우의 가전·반도체 진출은 당연히 이 분야의 선발인 삼성과 럭키금성그룹의 예민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또 지금까지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현대는 「황무지기」에서, 대우는 「기존업체의 인수」로 사업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 퍽 대조적이다.
재계의 새로운 흐름에는 항상 그 과정에 얽힌 뒷얘기가 따르게 마련이다. 현대와 대우는 어떤 과정을 거쳐 반도체·가전에 뛰어들었고 재계는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있을까.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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