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수학] 앞수에 더하는 '피보나치 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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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봄이면 들판을 수놓는 꽃들은 각각 꽃잎을 몇장씩 갖고 있을까.백합과 붓꽃이 3장이고, 채송화와 동백은 5장, 모란과 코스모스는 8장이다.

꽃잎이 많은 꽃들도 있어 금잔화는 13장, 치커리는 21장, 질경이와 데이지는 34장, 쑥부쟁이는 55장 혹은 89장의 꽃잎이 달려 있다.

3, 5, 8, 13, 21, 34, 55, 89라는 수에는 규칙성이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3+5=8','5+8=13' 하는 식으로 앞의 두 숫자를 더하면 바로 다음에 오는 수가 된다.

이런 수의 배열을 '피보나치 수열'이라고 한다. 12세기 이탈리아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의 이름을 딴 것이다.

왜 많은 꽃들이 피보나치 수만큼의 꽃잎을 가진 걸까. 꽃이 활짝 피기 전까지 꽃잎은 봉오리를 이뤄 안의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 꽃잎들이 이리저리 겹치며 가장 효율적인 모양으로 암술과 수술을 감싸려면, 피보나치 수만큼의 꽃잎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수학자들이 알아냈다.

피보나치 수열은 원래 수학자 피보나치가 만든 다음 문제에서 탄생했다. '갓 태어난 한쌍의 토끼가 있다. 토끼 한쌍은 두 달 후부터 매달 암.수 한쌍의 토끼를 낳는다. 새로 태어난 토끼들도 마찬가지다. 이 때 매달 토끼는 몇쌍이 될까.'

적어보면 '1, 1, 2, 3, 5, 8, 13, 21, 34…'가 된다. 바로 피보나치 수열이다.

해바라기씨에서도 피보나치 수가 나온다. 해바라기에 씨가 박힌 모양을 잘 보면, 오른쪽과 왼쪽으로 도는 두가지 나선을 발견할 수 있다.

이때 좌.우 나선의 수를 보면 하나가 21이고 다른 것은 34, 하나가 34면 다른 것은 55 하는 식으로 두개의 연이은 피보나치 수가 된다. 이런 식이어야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씨를 품을 수 있다.

피보나치 수열은 인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겼던 '황금비'(약 1:1.618)와도 관련이 있다. 피보나치 수가 아주 커지면, 수열에서 잇닿은 두 숫자의 비율이 바로 이 황금비가 된다.

주식시장에 관해서도 피보나치 수와 관련된 이론이 있다. 1930년대 중반 미국의 증시분석가 엘리엇이 내놓은 것이다.

그는 75년 동안의 주가 변동을 연구한 끝에 '주가를 밀어올리는 파동과 끌어내리는 파동이 있는데, 각각 올리거나 내리려는 정도는 피보나치 수와 관계있다'는 '엘리엇 파동 이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현상을 이리저리 분석해 꿰어 맞춘 것일 뿐 주가 변화를 예측하는 정확한 이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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